| [홍인화의 '5월이야기']5·18은 오늘을 숨쉬게 하는 교훈이다 |
| 2023년 05월 25일(목)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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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ACC에서 열린 ‘어머니의 노래’ 공연은 압권이었다. 참석자들 모두를 울렸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나오는 서러움을 함께 공유했다. 너나 할 것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적시기에 바빴다. 지난 해에 이어 공연된 ‘어머니의 노래’ 는 오월어머니들 각자의 삶을 노래로 작사하고 곡을 붙여 만든 음악을 토대로 했다.
시작은 이랬다. 2019년 오월 어머니 15명의 삶을 구술한 에세이와 시가 담긴 책이 발간되었고 이를 토대로 어머니들의 인생사를 담은 노래의 작사 및 작곡이 진행됐다. 이어 2021년 ‘오월어머니의 노래’ 1집 음반과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을 완성했으며 이를 무대에 올려 공연화한 것이다. 지난 해 공연됐을 때 이미 눈물바다였다. 그게 올해 다시 무대에 올려지면서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원로 연극배우 박정자씨의 나레이션으로 어머니들의 사연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통로가 마련됐다. 어머니들의 사연에 한층 몰입된 관객은 어머니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5월이 아직 끝나지 않고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이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쉽지 않았고 작업 과정에서 말하지 못한 무수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완성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뒤로 한 채 완성된 음반과 이를 통한 부가적 콘텐츠, 공연은 광주 5월을 상징하는 대표적 콘텐츠로 우뚝 세워졌다. 이는 역사의 기록인 동시에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월어머니들의 사연은 노래로만 끝나지 않았다. 메이홀에서 ‘어머니들의 그림농사’란 이름으로 그림전시회가 열려 사람들을 또 감동시켰다. 지난 1년간 화가 주홍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매주 수요일 그림을 그렸다. 붓을 쥐는 법부터 물감을 짜는 법, 색을 칠하는 방법 등을 배우며 직접 그렸다. 그렇게 해서 나온 2백여점의 그림이 메이홀의 5월 정기 기획전으로 펼쳐진 것이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이건 화가들이 그림 못지 않은 감수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정성 있는 내용에 숙연해졌다. 선으로 색으로 형태로 표현해간 어머니들의 손짓이 얼마나 많은 고통 뒤 끝에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얼핏보면 밝은 색채감과 재기발랄한 형태의 선으로 여느 화가 못지 않은 예술성이 느껴지지만 그 안에 진한 슬픔과 아픔이 배어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제였을까. 가슴을 풀어헤친 채 젖을 먹이는 모습,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 도시락을 싸서 놀러가던 때 등등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옛 시절을 붙잡아다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았다.
5·18기록관도 ‘들불의 기록, 생동의 공간으로’ 특별기획전으로 들불야학을 좀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볼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들불7열사(박기순·윤상원·박용준·박관현·신영일·김영철·박효선)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들불야학에 참여했던 선생님(강학)과 학생(학강)들을 좀 더 조명하고 5·18에 가려졌던 들불야학의 교육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들불야학이 처음 교실을 열었던 광천동 성당 내부와 활동기록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사진, 기록물, 영상과 함께 재현하고 5·18 때 대안언론의 역할을 조명한다. 기록관에 들불야학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기증해 주어 가능하게 되었다. 또 이상호 작가가 그린 시적지5번 도청내부와 도청부근에서 사망한 14명과 열사 2명애 대한 그림도 기록관 3층에 전시되고 있다.
5·18은 결코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숨쉬게 하는 기폭제다. 5월이 남긴 여러 문화행사와 이벤트들을 통해 그걸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우리가 똑바로 살아야 할 이유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