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 현재시점’으로 마주한 ‘지금’ 이정기 ‘미필적 고의’展 …광주신세계갤러리 최명진 기자

2023년 05월 30일(화) 19:25

‘남녀노소_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 Ⅰ’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유물’로서의 ‘가족’을 사실성 있게 담아낸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제19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 이정기 작가의 ‘미필적 고의’전이 31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를 대표하는 ‘유물’ 연작과 예기치 않은 죽음과 이별에 대한 소회를 담은 ‘부재’ 연작, 전쟁의 비극을 표상적으로 담아낸 ‘위기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인간의 실존과 연관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회적 책임을 들춰내는 자리다.

작가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좋든 싫든 우리의 모든 것이 미래에 유산으로 남게 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미래 시점으로 살펴본다는 이 작가의 ‘미래적 현재시점’은 다채롭게 펼쳐지는 작품세계를 관통하며 작가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이룬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 지구온난화, 신냉전 구도 아래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느꼈던 혼란과 불안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가까운 존재인 ‘가족’을 중심에 놓는다. 식민지배와 세계대전, 한국전쟁, 절대적 빈곤,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친 세대의 대변자인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이후 세대인 작가, 작가의 아이들까지 가족관계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는 사회적 역사와 개인적인 가족 서사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