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찬열의 포토에세이]L.A에서 열린 5·18기념행사
2023년 05월 31일(수) 19:44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이곳 L.A에서도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10년이 흐르고, 20년,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울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환청처럼 귓전을 울리는 그 소리.

나는 지금도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접수하던 날의 새벽을 잊지 못합니다. “시민 여러분,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 학생들을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어둠을 뚫고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던 그 애절한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탕! 총소리 하나에 꽃 봉우리 하나가. 탕,탕! 총소리 둘에 푸르디 푸른 꽃 봉우리 둘이, 떨어져 갔습니다. 도청에서 멀지 않은 동명동 자취방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그 소리를 들으며 피눈물을 삼켰습니다.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아침을 생각하면 늘 미안합니다. 지금도 귓전에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탕, 탕, 탕….

광주의 비극을 뒤로하고 1984년 미국 이민을 왔습니다.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내가 몸소 겪은 일을 이야기해도, 어떻게 우리 국군이 우리 국민을 그렇게 많이 죽일 수 있냐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40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진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역사적 진실이 변색돼서는 안 됩니다. 5월18일 저녁, 이곳 L.A 한국교육원에서 80년 5월 민주투쟁위원장으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했던 김종배 전 의원이 연사로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광주의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다시 5월이 지나갑니다. 이역만리 외국에서 5·18광주를 기념하고 그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사실 L.A는 5·18정신 세계화를 위해 더 없이 좋은 도시입니다. 관계기관의 관심과 성원이 있다면 더 알찬 행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전합니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85529878603306006
프린트 시간 : 2024년 07월 15일 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