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호남정치’…내년 4월 명운 갈린다 <본사 창사 32주년 '제22대 총선' 전망> 여야 사활 건 ‘진검승부’ 속 호남 활로 찾기 분주 지역 정가 “초선 6-7명 정도만 살아남을 것” 관측 이낙연, 정치 복귀 예고에 호남 민심 평가는 ‘냉정’ 김진수 기자

2023년 06월 01일(목) 20:43

소나무의 강직함과 굳은 절개 처럼… ‘희망의 신문’ 광주매일신문이 창사 3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역사의 현장에서 영광과 환호 그리고 좌절의 순간을 냉철하게 기록해온 광주매일신문은 앞으로도 강직함과 사계절 늘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처럼 당당하게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사진은 담양군 가사문학면 식영정의 아름드리 소나무./김애리 기자

내년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호남정치’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느냐, 아니면 현재와 같이 존재감 없이 변방의 한 정치세력으로 남아 장기 침체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내년 총선은 전국과 광주·전남이란 2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전국 차원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집권 중반 이후 정치적 ‘보폭’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야당 입장에서도 차기 대선과 관련한 집권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사활을 건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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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는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20-30석 정도를 얻어낼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신당의 출현 또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이다.

그동안 많은 시나리오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논의가 보태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물 부재, 대안 부재의 상황이어서 신당 창당이나 기존 정당의 분당 모두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문제 역시 마지막 남은 변수지만 현재 백가쟁명식의 논의만 무성한 여론 수렴 과정을 감안할 때 기존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한국 민주화의 보루로 자타가 공인하는 광주·전남 차원에서는 ▲민주당의 ‘싹쓸이’가 재현될 것인가 ▲3선 이상 다선 의원이 몇 명이나 나올 것인가 ▲초선 국회의원의 재선 성공률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등이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의 민주당 강세 현상은 여전히 유력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돈 봉투 의혹’·‘김남국 코인’·‘개딸 논쟁’ 등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뚜렷하게 표출되고 있다.

‘싹쓸이’는 지역 낙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대구의 보수정당 ‘싹쓸이’도 마찬가지. 1인당 GRDP(지역총생산)로 볼 때 광주와 대구는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부산과 같이 여야가 공존하는 지역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역 발전을 꾸준히 이뤄가고 있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3선 이상 다선 의원의 등장은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의 탄생과 맥을 같이 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정치인은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향후 남은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역동성을 예고하고 있는 선거는 차기 전남지사 선거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살아남느냐에 따라 차기 전남지사 선거는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치열한 경쟁과 난관을 극복한 사람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인물로 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역대 총선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당선자들은 국회의원 한 번 하고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22대 총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총 18명의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 초선 의원은 이병훈·윤영덕·양향자·조오섭·이형석·이용빈·민형배(이상 광주), 김원이·소병철·주철현·김회재·서동용·윤재갑(이상 전남) 등 13명에 달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초선 의원 중 6-7명 정도만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정치가 처한 오늘의 위기는 유력한 호남 출신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낙연’이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냉정하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5월 16-17일 전국 성인 유권자 1천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1%, 김동연 경기지사 15.9%로 나타났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만으로 좁혔을 때 이 전 총리는 7.9%를 얻는데 그쳤다. 반면, 김동연 지사는 22.7%, 김부겸 전 총리 8.3%를 기록했다. 호남권만 놓고 봤을 때도 김 지사 19.2%, 이 전 총리 16.4%, 김 전 총리 14.2%였다. 호남의 유권자들이 ‘김동연’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심연수 호남대 교수는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현실 경제론을 주창한 합리적인 인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또 “내년 총선을 통해 누구를 다선 의원으로 만들어내고 또 그를 통해 어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야 하는가, 또한 과거 ‘노무현’처럼 믿음직한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등에 대한 고민들이 한국 진보정치의 버팀목인 호남 유권자들 앞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