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경루 중건 계기로 광주 역사성 되살려야 / 박준수 |
| 2023년 06월 06일(화) 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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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는 고려 현종 때인 1018년 전남의 해양도와 전북의 강남도를 하나로 합쳐서 탄생한 행정구역이다.
그로부터 천년이 된 2018년, 광주 전남 전북 3개 시 도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해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전통 건축물을 복원키로 했는데, 광주시는 조선시대 광주읍성 안에 있었던 희경루를 새롭게 짓기로 한 것이다. 희경루는 조선시대 객사에 딸린 누정으로, 현재 충장로 옛 광주우체국 자리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희경루 방회도’를 토대로 옛 모습 재현-
희경루에 관해서는 조선시대 문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신숙주(申叔舟)의 기록이 실려있어 이를 통해 대략의 연혁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광주읍성 북문인 공북루가 허물어진 지 오래된 후, 1451년(문종 1년) 군수 안철석이 부임해 옛 공북루 터에 새로이 누각을 짓고, 이름을 ‘희경루(喜慶樓)’라 칭했다.
당시 희경루는 남북이 5칸, 동서가 4칸으로 그 넓고 훌륭하기가 조선에서 제일이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886년에 목사 안응수가 다시 중수하였다.
희경루는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광주읍성이 헐리면서 함께 없어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희경루 방회도’가 동국대 박물관에 남아 있어 희경루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되었다. ‘희경루 방회도’는 1546년 조선시대 과거시험 증광시 문·무과에 합격한 동기생 5명이 1567년 희경루에서 만나 모임을 갖고 이를 기념하여 그린 그림이다.
광주시는 이 ‘희경루 방회도’를 토대로 광주공원 어린이놀이터 인근에 부지를 확보해, 공사를 시작한 지 약 4년 만에 마침내 희경루의 옛 모습을 재현하게 되었다.
희경루는 준공 후 광주문화재단 산하 전통문화관이 관리를 맡아 국악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경루는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 사업의 ‘화룡점정’이라 평가할만하다. 그 이유는 누정 자체의 역사성은 물론이고 빈약한 광주의 관광자원을 풍성하게 일으켜 세우는데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희경루는 비록 원래의 자리에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광주 역사 지맥의 중요한 결절점에 들어서 있다. 희경루는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해 멀리는 무등산, 가깝게는 충장로와 금남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뷰 포인트(view point)이다.
뿐만 아니라, 희경루 주변에는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이 널려있다.
- 광주 역사벨트의 꼭짓점, 활용방안 마련을-
먼저 인근 양림동은 사직산과 양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동남쪽 언덕배기에 자리한 전통주거지역으로 가장 핫(hot)한 관광지이다. 근대기 광주의 부자들이 이곳에 집을 마련하거나 정자를 세웠는데, 그 가운데 최승효 가옥과 이장우 가옥은 광주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와 광주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광주사직공원에는 양파정이 있다.
가까이에 위치한 시민회관과 광주공원 일대에는 광주향교와 비림(碑林), 서오층석탑, 시비 등이 산재한 역사공원이다.
또 바로 앞에 흐르는 광주천변에는 석서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광주장터와 한말의병장 기삼연이 일본군에게 처형된 곳으로 알려진 광주교가 있다.
이처럼 희경루는 사직공원 일원 양림동-광주향교 일원의 광주공원-광주천을 하나로 연결하는 광주역사벨트의 꼭짓점에 자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희경루 일대는 광주의 근대와 현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중첩되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전통과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도보로 걸으면서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옛 도시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도 있어 빈약한 광주의 역사관광자원을 보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희경루 복원을 계기로 점-선-면의 차원에서 접근해 구 도심 일대 역사 스토리를 발굴하고, 아울러 광주읍성 유적들의 전체적인 활용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단순히 누각 건물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주변의 자원들을 연계해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기쁘고 경사스럽다’는 누각 이름처럼, 복원된 희경루가 광주의 새로운 천년의 비전을 세우는 상징물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