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展, 내달 4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사라지고, 잊혀지는 일상 속 소중한 존재들…인식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다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08일(목) 19:43

진관우作 ‘수원청개구리’

정의지作 ‘Querencia-당신의 안식을 위하여’

김상연作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이재혁作 ‘후페’

환경의 날을 맞이해 광주신세계갤러리가 멸종 동물과 멸종 위기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7월4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전이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그로 인한 동식물 서식지 파괴 및 종 다양성 감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왔다. 올해 전시는 우리가 떠나보낸 멸종 동물과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멸종 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 환경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기술 발전과 함께 그 변화의 폭은 커졌다.

그러나 인류의 편리를 증대하기 위해 일으켜온 변화는 지구온난화와 각종 환경오염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점차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다른 생명의 멸종을 초래하는 환경파괴는 인류에게도 위기가 됐다.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대량 생산과 소비에 의해 생겨나는 폐기물은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대표적 사례다.

김상연 작가와 정의지 작가는 폐기물을 재료 삼아 생명력 넘치는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버려진 양은 냄비를 찾아 재활용 센터를 누비는 정 작가가 제작한 거대한 호랑이 조각들이 전시장 바깥부터 관람객을 맞이한다.

갤러리 내부에는 김 작가가 광주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고래가 넘실대며 쓰레기와 생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시장 정면 쇼윈도에는 이재혁 작가가 정교하게 만든 종이공예 작품들이 설치돼 마치 살아있는 조류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도도, 하와이마모, 솔로몬왕관 비둘기와 같은 조류는 K-pg 대멸종에도 살아남은 공룡의 후예들이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을 맞이하고 있다.

권도연 작가의 사진 작업은 인류의 활동이 동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포착했다.

사진은 순천, 울진, 영주, 부산에서 촬영됐다. 인간이 변화시킨 환경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사슴, 산양, 여우의 모습을 담았다.

국립생태원 홍보대사이기도 한 진관우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의 이름을 반복해서 적으며 동물의 형상을 그려낸다.

현재 진행형인 환경변화로 인한 또 다른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광주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떠나보낸,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들을 마음속에 새겨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