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난장]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나를 기록해주세요’ / 김철호 |
| 2023년 06월 08일(목)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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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금지행위)에는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로 방임에 대해 정의하였고,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물리적 방임으로 구분하고 있다.
재작년 4월,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소송을 준비하면서 별거하다가 새로운 내연남과의 관계에서 자녀를 출산한 사례가 있었다. 친모와 내연남은 아동을 양육하고 있었지만 민법 제 844조 1항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 남편 호적에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동의 친모는 가정폭력 피해자였고, 아동을 호적에 등록하면 남편에게 주소지 및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기 때문에 8년 동안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동을 양육해 왔다는 것이다. 피해아동은 그 동안 필수예방접종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인우보증을 통한 초등학교 입학 지원과 함께 인권변호사를 연계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마침내 지난해 6월 출생신고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남편과의 혼인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녀를 출산했다. 경제적인 여유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인척도 없었던 친모는 일면식도 없던 낯선 사람에게 아동을 맡긴 채 사라져 신고 됐다. 친모의 행적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자 아동학대사건 담당 검사가 직권으로 아동을 출생신고 했다. 출생신고 직후 친모 또한 좁혀오는 수사망에 걸렸고, 다른 범죄로 인해 수배를 받고 있었던 터라 체포와 함께 구속·수감됐다. 더 놀라운 것은 친모에게는 해당 사건 이전에도 자녀를 출산했다가 유기 및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입건된 이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출생 미신고 시 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권리 침해로는 건강보험 가입이 되지 않아 의료서비스 제한이 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의무교육에서 배제가 되며,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온라인 불법입양 또는 매매가 용이해 발견이 어려운 점 등이 있다.
지난 5년 간 출생 미신고 아동 추정치는 약 3만9천962명으로 매년 약 8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이 태어난 병원이 직접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출생 통보제’에 대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대법원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를 가진다’라는 결정을 했고, 윤석열 정부도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공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3월 정부 주도로 출생신고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출생 통보제’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의료계 부담 및 낙태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 도입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할 것 등을 대한민국에 촉구했다. 또한 의료기관 ‘출생 통보제’ 도입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23년 4월14일) 결과에서도 설문응답자 총 4천148명 중 87.4%(3천626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통보제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출생미신고의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한 그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안착되기 위해 의료계, 입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