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욕과 약탈의 시장경제 / 김일태 |
| 2023년 06월 08일(목)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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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에서는 무자본의 갭 투자로 인한 깡통주택의 경매, 월세 집을 전세로 계약하는 공인중개사의 사기, 세금 미납 및 임금 체불과 금융 기관의 약탈적 대출 등 근저당 금액과 선순위의 우선변제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늦었지만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법 시행 후 연장하기로 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세시장의 신뢰를 붕괴시킨 사기 행각으로 인해 무주택자,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한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은 심각하다.
주식시장은 경쟁시장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어 가격기구에 의해 조정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한 증권기관의 감시와 감독, 그리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 제도)나 사이드카(선물 및 현물 매매 5분간 중단하는 조치), 그리고 매매거래정지 및 상장 폐지 등 조직의 메커니즘인 직접 개입을 통해서 주식시장의 안정을 유지시켜왔다. 이것은 자금의 원천인 주식시장의 신뢰가 자본주의체제의 근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 조작은 주식시장에서 내부자가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작전세력과 공모해 시세 차액을 얻는 전형적인 수법의 범죄이다. 주가 조작 수법도 사채업자 및 펀드매니저와의 공모로 시세 조작, 풋옵션 상품 투자로 시세 조종의 도이치 옵션 사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한 무자본 인수합병 등으로 진화되고 있으며 금액도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들은 시장에 충실한 개미 투자자를 착취함으로써 심각한 손해를 끼치면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작전을 짜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의 대량 매몰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CFD(Contract For Difference·차액결제거래)는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대한 차액만 현금을 결제하는 잔고 공시도 안 되고 만기도 없는 변동성 확대가 심한 장외파생상품이다. 이번 사태에서 전문 투자자와 증권사들이 모호한 제도적 미비함을 이용하여 이득을 착취하여 투자자들의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장외 파생상품을 사용할 때는 충분한 자본 기준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규제가 있어야 하지만 복잡하고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투명성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금융기관과 규제기관 출신 로비스트에 의해서 규제당국이 포획(捕獲)당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우리 사회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금융 권력과 약탈적 대출, 이에 편승한 부도덕한 연예인, 기업인, 상위 부유층, 금융자산 운용자와 브로커, 법조인과 회계사, 정치인, 그리고 사기꾼 등의 공모와 조작, 관료들의 잘못된 규제 인식과 제도 개선의 지연에 의해서 약탈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사는 전세 임차인, 선의의 투자자, 그리고 저소득계층들이 피해를 입게 되어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런 사회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교묘하게 이용하는 일부 인간들의 탐욕으로 도덕적이고 공공이익에 부합되는 의무와 절제된 시민의식이 무너져 간다. 이것은 우연적이며 일회성의 사건들이 아니라 앞으로도 법과 제도의 틈새를 노린 인간의 탐욕으로 조작되거나 사기 행각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 America,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World economy; 2010)’에서 “탐욕은 절제를 이긴다(Avarice Triumphs over Prudence)“라는 표현으로 시장경제의 탐욕적이고 약탈적인 행동을 명확하게 지적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에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공동체는 자본주의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민정신을 발휘하고 자본주의의 성찰을 통해서 탐욕에서 벗어나 절제를 회복함으로써 평범한 시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는 기회의 문을 열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