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꺼진 목포 도심,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 이정록 |
| 2023년 06월 20일(화)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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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 앞 교차로 주변은 어두웠다. 건물 대부분은 불이 꺼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은 몇 명 안됐다. 택시승강장도 한산했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 코롬방제과점을 찾았다. 주인은 막 문을 닫을 참이었다고 말했다. 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고 했더니 저녁엔 손님이 없어 이 시간이면 닫는다고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여객선터미널 근처로 갔다. 여객선터미널 근처도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저녁을 먹을 만한 식당은 손꼽을 정도였다. 필자가 묵은 작은 모텔 근처는 더 어두웠다.
목포 도심은 왜 불이 일찍 꺼졌을까. 한마디로 못살기 때문이다.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목포는 전국 시급 도시 중 면적 규모(50.1㎢)로 하위에서 여섯 번째다. 작은 면적에 사람들은 비교적 많이 산다. 인구 순위는 전국 시급 도시(85개)에서 중하위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비슷한 인구를 가진 도시와 비교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민등록인구(2023년 5월) 기준 목포(21만5천253명)와 충주(20만7천974명)를 비교해 보면, 지역내총생산(2020년 지역내부가가치)은 목포 4조1천8억원, 충주 7조7천800억원이다. 편의점수(2022년 9월 기준)는 목포 201개, 충주 240개다. 목포 경제가 내륙 도시 충주보다 못하다.
목포가 동급의 다른 도시들보다 못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나 카레니나 법칙처럼 이유가 많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도시 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지리학자들이 갖는 공간론이 있다. 면적이 작은 도시는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고 공장을 지을 땅이 부족하니 경제적으로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작은 면적이 주는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없을까. 방법은 많다. 손쉬운 방법이 배후 지역을 넓게 쓰는 것이다. 일명 남의 동네 운동장을 자기들 운동장으로 쓰는 방식 말이다. 특화된 경제가 존재하면 가능하다. 좋은 기업, 학교, 쇼핑시설, 관광지가 있으면 배후 지역 사람들이 그 도시로 와 돈을 쓰고 간다. 주변 배후 지역과 교통망이 잘 갖춰지면 금상첨화다. 목포는 개화기 초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그렇지 못했다.
물리적 공간의 협소성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행정구역 통합이다. 기업의 인수합병처럼 도시도 주변 도시와 합치는 것이다. 범위의 경제가 만들어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좋다. 도시발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목포도 무안과 신안과 진즉 합쳤더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목포는 그 정석의 길에서 실패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목포에서 좋은 뉴스가 전해졌다. 목포와 신안이 행정통합을 위한 공동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목포시장과 신안군수를 비롯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통합 연구를 해보자는 발대식은 목포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목포라는 지역사회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있다. 일본 오사카시와 오사카부 통합 실패 사례다. 지역사회 정치지도자들과 로컬 정치인들은 일치 단결해 행정구역 통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두 번이나 실패했다. 오히려 오사카 시민들이 통합을 반대했다. 핵심적 이유는 ‘통합하면 우리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라는 무관심과 무신경이 내재돼 있었는데 그것을 통합론자들이 읽지 못했다.
목포와 신안 통합 논의도 마찬가지다. 신안 사람들에게 통합이 되면 복지와 도시적 서비스가 좋아진다고 설득하면 잘 먹힐까. 더구나 신안의 많은 노령층이 통합은 절체절명한 과제라고, 통합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고, 뭍에 나가 사는 우리 자식들도 못살고, 목포라는 도시가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목을 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목포와 신안의 통합 논의는 신안 사람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목포 사람들은 면적의 협소성이 잉태하는 악순환의 불리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신안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이번 통합논의 핵심도 목포 사람들이 신안 사람들 속내를 세심하게 읽고, 그들을 배려하는 양보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통합을 시답잖게 여기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는 일 말이다.
목포라는 지역사회가 배후 지역 사람들 마음을 얻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목포 도심을 불 꺼진 상태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