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 우산 빼앗겠다는 정부 / 김성진 |
| 2023년 06월 27일(화) 19:59 |
|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기준 525만1천614개로, 전체 사업장 607만9천702개의 86%를 웃도는 수준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777만9천460명으로 전체 근로자 2천493만1천600명의 약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줄곧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3일 정부 여당을 향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들은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부담은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의 휴폐업 및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의 인격권을 보장하라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 가중되고 있는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부담이라는 소상공인의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게만 피해를 주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해 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상황을 타협과 절충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모두에게 현재보다는 나은 상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근로기준법 적용확대의 범위와 속도인 것이다. 근로기준법 확대시행으로 소상공인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이 줄어든다면 정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성급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최저임금제 도입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사업주들이 준비할 여력이 없이 빠르게 시행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들은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22년 10.2%인데 반해, 40세미만 청년사업자의 폐업 비율은 ‘22년 16.5%로 심각한 상황이다. 광주 개인사업자의 폐업률은 ‘22년도 11.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7년 2분기부터 최근 5년 동안 1분기에 부실이 한번 이상 발생한 사업자 수는 24만9천342개이며, 그 비중이 무려 39.5%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소상공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사전에 면밀한 준비 없이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경우 2018년 최저임금제 인상시의 정책오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제도 시행 전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소상공인들에 미치는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이 가중된다면 정부정책은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정부는 제도시행에 따른 영향분석을 바탕으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통계에서 보듯이 지역과 연령층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못할 경우 지방정부도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사정은 각 지자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들이 제도에 충분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사전예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연차휴가와 야간수당 등을 우선 시행하되 추가되는 비용은 정부가 1차년도 80%, 2차년도 60% 등 5년 동안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을 감안할 때 이제 전 사업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아직 우산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은 가정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이자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큰 기둥중의 하나이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지역경제도 무너진다. 가정경제까지 무너지면 민생이 무너진다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근로자와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