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관계와 역사인식 / 김일태 |
| 2023년 07월 03일(월)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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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는 일본의 혼슈 지역 남단 어업 중심의 항구도시로 가라토(唐戶) 시장이 소재한 관광지로도 유명하며 조선통신사가 상륙한 지역이다. 이곳은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와 청의 이홍장(李鴻章) 간에 “청은 조선국이 완전한 자주독립임을 인정한다”고 제1조가 시작되는 시모노세키 조약(1895)이 체결된 슌판로(春帆樓)의 일·청 강화 기념관과 이홍장의 길이 자리하고 있다. 가고시마는 큐슈 지역의 서남단에 있으며 근처 사쿠라지마(櫻島) 반도의 온타케(御岳) 활화산이 활동하고 있는 관광지역이다. 이곳은 메이지 유신 시대를 연 인물로 1873년 조선과 새로운 외교 관계를 맺으려는 메이지 정부를 인정하지 않은 조선과의 불화와 사무라이 계급의 불만으로 조선을 정벌하려는 정한론의 야욕을 드러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근거지이다.
근대화 이전의 한·중·일 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양상에서 전개되었다. 조선 초반에 명나라와는 독립 왕조를 유지하면서 조공과 책봉을 통한 사대(事大) 외교로 실리를 추구하면서 200년 동안 평화롭게 지냈다. 일본과는 토벌과 제한된 교역의 교린(交隣) 정책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인조반정 이후 병자호란의 삼전도 굴욕(1637)을 겪으며 청과는 군신 관계로 전락하였다. 이런 동아시아 정세에서도 조선은 왜란과 호란 이후 1637년부터 1894년까지 청에 사대 관계로 연행사(燕行使)를 총 507번 파견하였고 일본 에도 막부의 간청으로 1607년부터 1811년까지 국왕의 국서를 전하고 선진 문화를 전달하며 ‘신의를 나누는 사절단’의 통신사(通信使)를 12번에 걸쳐 파견하였다.
그러나 한·중·일 위치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따른 개항 이후 확연하게 달라졌다. 청은 불평등 난징 조약(1842)으로 상하이 등 5개 항구를 개항하였지만 청일전쟁의 패배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은 에도 막부가 불평등한 미·일 화친 조약(1854)과 미일 수호 통상 조약(1858)을 맺었지만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만국공법(萬國公法)”을 바탕으로 서양과 대등하게 조약을 개정하였고 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로 서구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여 조선을 식민지로 복속하였다. 반면에 조선은 일본과의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조·일 수호 조규(강화도 조약, 1876)로 부산, 원산, 인천을 개항하였고 청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의해 조약 제1조에 “조선국은 자주의 나라이며 일본국과의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였지만 결국 일제에 강점당했다. 이처럼 동아시아 각국은 서구 열강에 의해 개항되었지만 유독 조선만이 왜양 분리와 전통적 선린 외교 관계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이웃 나라 일본에 의해 개항되어 선진 문물의 전달자에서 열강의 희생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안보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징용 사죄와 배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되어 한국 국민들의 감정은 악화일로이다. 한편 중국과는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양국 대사의 초치가 행해졌으며 정부는 중국 대사를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조선에 파견되어 내정을 간섭했던 위안스카이(원세개)로 빗대었다.
아직도 한·중·일은 과거 자신들이 우위에 점했던 역사적 시간과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2차 대전 이후의 암흑기 중국에 비해서 월등한 경제성장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에 젖어 있으며 중국인들은 과거 대륙의 왕조로 한국을 변방의 속국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또한 한국인들은 선진 문물의 전달자로서 섬나라 일본에 비해서 문화적 우월성을 지닌다고 여기지만 일본인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로 지배한 조선을 연상시켜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의 만행을 무시하고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강대국의 이념적 및 정파적 대립에 의해서 한·중·일 국민들 간에 갈등과 미움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한·중·일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말기 청의 외교관 황준헌이 ‘조선책략’(1880)에서 “조선의 땅은 실로 아시아의 요충을 차지하고 있어 형세가 반드시 싸움을 불러올 것이다... 러시아를 막을 수 있는 조선의 책략은 무엇인가?”를 청나라의 입장에서 제시한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의 책략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현재의 한국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어 더욱 더 복잡한 한반도의 책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의 책략은 미국과 동맹(同盟)하고 일본과 전략적으로 동반하고 중국과 러시아와 우호하며 북한과는 대화의 끈을 유지하여 자강과 평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철저하게 규명하고 대한민국을 지켜 온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통해서 국민들 간에 이념적 및 정치적 갈등을 해소시켜 국가의 근본과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