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주는 지도자’ 만나는 게 꿈인 나라 / 김선기

2023년 07월 23일(일) 19:48

김선기 전남도립대 교양학부·문학평론가

요즘, 온 나라가 그야말로 쑥대밭을 방불케 한다. 외교도 외교이거니와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거기에 극한 호우까지 겹쳐 수많은 희생자가 속출했고 피해액조차 집계를 내지 못할 정도의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우리를 더욱 열받게 하는 건, 상식 이하의 해명들과 거들먹거리며 떼지어 다니는 일부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다. 소위 나랏일을 하겠다는 그들의 입에서 뱉어지는 말은 ‘지도자의 언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스럽기 이를 데 없다. 이게 단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정말, 이래저래 눈 붙이기 힘든 나날이다.

이 같은 혼돈의 시간이 닥칠수록 ‘리더의 역할론’ 대두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은 뭘까.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말은 쉬우나 실천 방법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진정성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진정성의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다시 말해서 패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리더의 본질은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게 ‘마음을 헤아리는 힘’이다. 우리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기꺼이 협력하기 마련이다. 예전엔 ‘나를 따르라’ 가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너나 가라’고 하는 분위기다. 즉, 리더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주목하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게 리더가 ‘공감의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에게 국가의 대표적 지도자를 꼽으라면 아마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고위 관료를 들 것이다. 그들은 국가적 책임이 막중한 만큼 가장 크게 고민할 점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물질적인 혹은 금전적인 어떤 혜택을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곧 희망이다. 희망은 당장 어떤 당근을 주는 것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값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현실이 다소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이 보이면 버티고 견뎌낼 저력을 갖고 있다. 그럼, 묻자. 지금 우리는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국가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 지점에서 국민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일이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겁을 주어선 안 될 것이다. 만약 구성원들에게 겁을 준다면 리더가 아니라, 동네 뒷골목 깡패나 진배없을 것이니 말이다. 과거의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이런저런 명분으로 겁박하며 권력을 유지한 사례가 있었다. 과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는 어떤가.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겁에 질려 있다. 취업하는 것도, 결혼도, 출산도 겁이 나 있다.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작금의 현실을 잘 말해주잖는가. 젊은이가 겁이 나고 희망이 없다면 그 나라에 무슨 활기가 있고, 그 사회에 생기가 넘치겠는가?

누구나 말을 담아내는 ‘말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크기와 깊이만큼 말을 사용한다. 말 그릇은 말의 근원, 즉 ‘마음’을 뜻한다. 말 그릇이 크다는 것은, 마음을 넓고 깊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진 리더는 ‘싫음’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하고, ‘다름’을 마주할 때는 존중의 마음에 집중하며, ‘모름’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따라서 말 그릇이 넉넉한 지도자는 기분에 따라 말하지도, 바르르 끓어오르지도 않는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인지하여 말함에 분별을 가릴 줄 알고, 동시에 상대의 말을 해석하고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단지, 그런 리더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