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은 인생을 감미롭게 한다? / 오주섭 |
| 2023년 07월 27일(목)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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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이 흐른 지금, ‘노동은 인생을 감미롭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을까?
지금은 그때 보다 오히려 노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법과 원칙이라는 미명하에 더 후퇴한 것 같다. 아니 후퇴했다. 세상은 초음속의 속도로 변해가는데 노동인권감수성은 오히려 퇴보했다.
그러면 민주·인권도시라는 광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보육대체교사들은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195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광주시가 위탁을 한 공공의료 시설인 광주 제1시립요양병원은 6명의 노동자를 한 때 해고함에 따라 파업중이다.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가 노조, 의료재단, 전문가, 행정, 시의회, 민이 참여하는 갈등 해법 모색을 위한 집담회를 8월 초에 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청년들이 광주를 떠나고 있다.
광주도 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 대전 보다 2만여 명이 적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합계출생률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구직이나 진학,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통계를 보면 2022년 한 해 동안 7천600여 명의 인구가 광주를 빠져나갔는데 올해는 지난 1분기에 광주 순 유출이 3천73명으로 1분기에만 지난해 대비 벌써 40%가 줄어들었다. 더욱 20-30대가 빠져나간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지만 전남의 인구가 광주로 와서 인구가 어느 정도 유지됐는데 지금은 전남의 고령화가 심각해서 올 인구도 거의 없고, 광주에 괜찮은 일자리가 없으니 전남 청년들도 수도권으로 가고 있다.
광주도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에 정신 바짝 차리고 대비해야 한다.
청년들은 왜 광주를 떠나는 것일까?
청년들은 급여가 수도권 보다 적더라도 부모·형제, 친구들이 있는 광주에 대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고사하고, 괜찮은 일자리도 별로 없다. 광주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광주지역에 본사를 둔 업력 10년 이상 회사에 소위 사무직으로 입사를 해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더욱이 몇 년을 근무해도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만 올려주니 비전을 갖지 못해 경력이 쌓이면 주로 수도권으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노동하기 좋은 도시가 될까?
노동하기 좋은 도시를 먼저 만들자.
광주형일자리의 정신처럼 먼저 노동이 존중받는 광주,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광주가 된다면 노동자들은 임금과 복지후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타지에서 광주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인력들이 있고, 안정된 노동환경 등 투자환경이 조성돼 있는 광주에 기업들은 투자를 할 것이다.
노동하기 좋은 도시가 되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자연스럽게 될 수 있지만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업 친화도시가 된다고 해서 노동하기 좋은 도시가 되기는 어렵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속성상 최고경영자는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광주가 잘할 수 있는 미래산업을 잘 키워 우리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부모·형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노·경·민·정이 다 함께 노력해 ‘노동하기 좋은 광주,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