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알기와 마이더스의 손 / 박남기 |
| 2023년 08월 03일(목) 20:04 |
|
잘 아는 것처럼 이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마이더스(미다스) 왕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싶어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얻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 결과 실제로 그런 손을 얻게 됐다. 그런데 그 능력으로 인해 그는 오히려 불행해지고 만다. 음식을 먹으려고 하자 손에 집는 것이 모두 황금으로 변해 먹을 수 없었다. 어쩔줄 몰라하던 그가 무심코 자신의 딸을 안았더니 딸마저 황금 조각상이 돼버렸다.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팀이 3, 4위 전에서 패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TV를 켜니 우연히도 그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보다가 바로 껐다. 만일 실황중계 상황에서 내가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옆 사람은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 신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을 졸이며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성과 아쉬운 탄성을 지르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를 안다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맛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외 모든 시합이나 경연대회를 생방송으로 보는 맛도 사라지겠구나 하는 배부른 생각이 든다.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해 이미 확정되어있는 미래를 알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재미없을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해서 미리 알고 있으면 어떨까? 어떤 사람에게 악마가 다가와서 하루 전 신문을 받아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면 주식가격을 비롯한 각종 정보가 담긴 내일 신문이 배달돼 있어서 그는 금방 최고의 부자가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죽었다. 그의 손에는 세상 최고의 갑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내일자 신문이 쥐어져 있었다. 이는 오래전에 들었던 유머이다. 질병으로 가까운 미래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 것도 일종의 미래를 아는 일이다. 길어봐야 3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예언을 들을 때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 모두 커다란 슬픔에 빠진다. 거기에 미래를 아는 것에 따른 행복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만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인 마이더스의 손을 얻는 것과 미래 예지력을 갖는 것은 유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래를 아는 초능력도 원하는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미래가 보일 것이기에 마이더스 왕처럼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그래도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알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당신의 미래를 아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개인의 미래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결과이다. 오늘 내가 한 작은 날갯짓이 미래에 폭풍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확정돼 있는 부분보다는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부분이 많다. 개인 미래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생각,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이를 반복해 만든 개인의 습관에 따라 크게 바뀐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지난 주말 내 삶을 돌아보자. 그 안에서 우리의 선명한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젊은이가 주말이지만 새벽 일찍 일어나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고, 아침 운동 후 그간 함께 하고 싶었던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갖고, 시간 내어 원하는 책도 읽고, 밤에는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쓴 후 잠자리에 들었다면 그 젊은이는 훗날 어느 곳에선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는 존재로 살아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살아보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라고 한 말의 뜻이 가슴에 와닿는다. 어제와 오늘 내 삶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예지력은 원하는 것만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신통한 마이이더스의 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