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지역 반도체 산업의 험로(險路) / 김일태 |
| 2023년 08월 07일(월)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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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기억과 저장용의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는 한국이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으며 설계에서 제조공정(공장)을 포함한 소품종 대량생산의 규모의 경제를 지닌 대기업 중심의 과점적 구조이다. 반면에 연산 및 정보처리 기능의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는 시장 규모가 60% 이상으로 경기변동의 영향이 적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기술적 벤처기업 중심의 구조이다. 세계 1위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의 인텔(Intel),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60%를 점유한 퀄컴(Qualcomm),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엔비디아(NVIDIA), 인공지능 칩의 AMD(Advanced Micro Devices) 등 미국이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반도체는 설계(팹리스, Fabless)와 생산(파운드리, Foundry)이 분업화된 산업구조로 설계와 개발은 퀄컴에서 파운드리(생산)는 대만의 TSMC(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처럼 위탁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안보 전략적 이슈가 됐다. 이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흐름에서 이번 특화단지 선정은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한 ‘K-칩스법’이 적용되고 새 단지 조성보다는 계획 중이거나 이미 운영되고 있는 산업지역을 클러스터로 묶어 지정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거의 미개척 분야인 비메모리반도체는 현재 3%에서 2030년 10%로 점유율을 확대해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에도 안정적으로 국내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핵심부품과 패키징 공급망을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원판)와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것으로 신호, 전력 전달, 칩의 보호 등 후처리공정을 말하며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는 범프, 테스터, 조립으로 구성된 첨단 패키징·테스트 기술이 성능을 좌우하게 된다. 국내는 패키징 1위 대만 ASE, 2위 미국 앰코테크놀로지, 중국 스태츠 칩팩(JCET) 등과 같은 기술력을 지닌 패키징·테스트 OSAT(외주·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TSMC가 패키징 기술 시장에 진입한 후에는 파운드리 업체가 패키징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AI 칩 수요에 대비하여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는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단계로 핵심부품 및 패키징의 공급 기지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광주·전남은 비메모리 패키징 공급 기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구미는 메모리 분야에서 300mm 웨이퍼와 기판 등 핵심 원재료를 공급하는 역할로 분업화된 것이다. 이제 광주·전남은 한국 본사인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업종의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참여할 수 있는 투자 유인책에 대한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AI 산업을 토대로 패키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생태계 육성을 위해 외주기업 및 파운드리 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더불어 독자적인 ‘전남형 반도체 산업’ 추진으로 추가 지정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광주·전남의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특화단지가 수도권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단지에 패키징을 공급하는 것은 구미와 차별화된다는 점을 인식하여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 재지정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