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이 안 된 선진한국의 자화상 / 오수열 |
| 2023년 08월 13일(일)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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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동안 치안(治安)에서 만큼은 세계에서도 가장 안전한 나라로 자부해왔던 터인데, 최근 들어 이마저도 무너져 내리는 모습들이 경향각지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난한 피원조국가에서 벗어나 OECD 회원국 대열에 들어선 지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는 G-10에 진입해야 한다거나, 유엔 안보리체제가 개편되면 상임이사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영역으로 하는 사회과학도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사실 급작스러운 일도, 우연한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일들이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에 대한 전조증상이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에 무관심했고, 애써 별것이 아닌 것처럼, 개발도상과정에서는 으레껏 있는 일로 치부해 왔을 뿐이다.
일찍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사고를 겪었고, 최근에는 광주 학동철거 사고와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를 겪은 나라에서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고 있으니 이러고서도 ‘건설강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사고들이 빈발하고, 여기에 더해 이곳저곳에서 ‘묻지마 살인사건’과 ‘영아살해’와 같은 비인륜적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과도하게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오면서 인성(人性), 도덕(道德)과 같은 인간의 근본문제에 소홀해 왔던데에서 쌓인 모순이 이제 밖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 가정교육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됐고, 이제는 학교교육마저도 그 기반이 무너져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언제부터인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인권만을 강조하고, 교사들의 ‘교육권’을 등한시 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었고, 그동안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왔던 일이다. 왜 그때는 모른 체 외면하다가 어느 교사의 죽음을 보고서야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이제 빨리 기본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잼버리대회만 해도 그렇다. 유치할 때부터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으로 바다를 메운 허허벌판 간척지가 적합한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 없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유치가 결정되면서부터 이러한 사태는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뿐인가. 새만금으로 결정됐으면 그 직후부터 부지런히 나무를 심고, 도로를 개설하는 등 준비에 매진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천100억이 넘는 예산 가운데 600억이 넘는 금액이 운영비로 쓰였다거나, 관련자들의 해외여행이 95회를 넘는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눈이 멀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해 조직위원회에서는 무엇이라고 답변할 수 있을까? 하기야 온갖 파행 끝에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로 분산 될 때까지 참가국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대회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해외토픽감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부디 이제는 조급한 성장제일주의와 외형우선에서 벗어나 다소 더디더라도 차분하게 근본부터 다지는 문화로 바뀌어졌으면 한다.
끝으로 상황이 이처럼 엄중함에도 여야 정치인들은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데 급급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군자는 (허물을)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했는 바 우리 정치가 언제나 군자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