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이 없는 ‘예술의 거리’ / 탁인석 |
| 2023년 08월 20일(일) 19:18 |
|
그런데 어쩌다가 ‘예술의 거리’는 지금과 같은 불 꺼진 항구가 됐을까.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명소가 오히려 광주의 짐이 되고 차라리 지정하지 말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정 직후 행정은 여러 방향에서 돈을 써가며 의욕을 보였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두어 차례나 교체해가면서 도시미관을 살린다고 설치했던 중국제 싸구려 루미니에르의 철거가 그것이다.
혹자는 예술의 거리를 두고 전남도청이 빠져나가서, 인구가 줄어들어 그렇다고도 했다. 그런데 가까운 목포만 해도 관광목포의 슬로건 아래 문학과 예술을 강력히 지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케이블 관광과 근대역사의 거리를 조성하고 3일간의 문학행사도 15억원을 쏟아 전국적 이목을 끌어들인다. 순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가정원과 갈대밭을 인위적 대형화로 조성해 모름지기 전국최고의 관광명소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수는 어떤가. 먹거리와 볼거리 등 끊임없는 관광개발로 그들이 누리는 관광여수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특히 여수가 자랑하는 밤바다의 관광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중소도시가 문화와 관광으로 이리도 도약해 재미를 누릴 때 광주는 죽어버린 ‘예술의 거리’나 보듬고 하릴없는 세월만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는 예총 같은 단체라도 여기에 있으면 좋으련만 광주는 이마저도 여전한 손가락 빨기다. 화랑 몇 개 문 열어놓고 예술의 거리라 했으니 이런 사단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시민들이 찾아만 가면 통기타나 거리연극 등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가 상시에 열리고 있어야 예술의 거리다. 한마디로 모든 예술장르가 장날처럼 한데 열려 북적거려야 한다. 말로는 광주가 문화경제부시장이 있는 전국 유일의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작 다음의 포즈가 공허한 것은 행정부재에 기인한다고 할밖에 없다. 예술의 거리에 사람이 없으니 예술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
예술장르가 집결되는 거리로 태어나야 한다. 말로만 집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깔아줘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다. 예술의 거리에 전문예술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간단하다. 광주의 문화예산 중 극히 일부를 투자하면 된다. 예술의 거리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에게 약간의 지원비를 지원하면 된다. 예술인은 표현 욕구가 강렬하기 때문에 그 욕구에 약간의 거름을 해주면 된다. 단 예술의 거리 지역 에어리어에서 할 때만 말이다. 예술의 거리는 이제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는 ‘충장축제’와 궤를 같이 해야 된다. 충장축제도 예술의 거리를 너무 활용 못하고 있다. 충장축제 때 예술의 거리는 문을 닫아 놓고 있는 실정이니 새삼 무슨 말을 하리오. 또한 예술의 거리는 아시아 문화전당 ACC와 맞닿아 있다. 2조원까지 투자된 아시아문화전당이 내부공연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예술의 거리와 같이 해야 된다. 이 좋은 여건임에도 아시아 문화전당은 예술의 거리 하고는 남이다. 이래고서야 광주문화가 살아 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예술의 거리’는 먹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간단하다. 예술의 거리 에어리어에 먹거리 장사하는 업체에게 세제혜택이나 지원금을 약간 해주면 된다. 장사는 예민한 것이어서 조금만 지원해도 몰려든다. 광주공원 앞 포장마차 거리가 활성화돼 있다. 세제혜택이 없어도 관에서 판을 깔아주니 금방 포장마차 명소가 됐다. 아깝다 예술의 거리.
광주동구 문화가 광주 문화를 견인하고자 하는 동구만의 야심을 읽을 수 있다. 그중 예술의 거리를 방치하면 안 된다. 이 예술의 거리는 동구의 예술의 거리가 아닌, 광주 모두의 예술의 거리이다. 최근 동구에는 관광재단이 생겼다. 왜 예술의 거리를 못 만드는 건가. 작년 2022년에 치루었던 ‘예술의 거리 축제’ 프로그램 정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하고는 너무 멀다. 우리는 신명나는 거리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