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R&D 예산 삭감보다 효율화가 관건이다 / 김영집

2023년 08월 28일(월) 19:35

김영집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삭감 우려가 현실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2024년 R&D 예산 3조4천억원(13.9%)을 삭감 21조5천억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3일 정부·여당 당정협의회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아직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부, 교육부 등의 지역 R&D 예산 삭감 내용까지 고려하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 이후 ‘R&D 이권 카르텔 척결’ 이라는 명분으로 갑작스럽게 예산수정을 한데서 비롯됐다. 그 과정에서 단기간에 걸쳐 예산삭감을 추진하다 보니 일선 현장이나 연구기관,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일방적 하향적으로 추진됐다.

과연 정부 R&D 예산 대폭 삭감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국가 지역 과학기술경쟁력 등에 끼칠 영향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정부 R&D 예산은 좀 더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신중히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을 문제다.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이번 정부안 심의시 부족했던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고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왜 정부는 R&D 예산을 삭감 조정했냐는 것부터 살펴보게 된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재정적자 우려에서 출발한다. 올해 정부 목표세수는 예산기준으로 405조 정도에 이르는데 국세가 목표치보다 부족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세와 기업 규제완화를 꾀하는 정부로선 결국 R&D와 국고보조금 예산 감소를 선택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위기대응 등 지난 정부의 R&D 확장정책으로 2020년 18% 21년 13.1% 22년 8.7%로 대폭 늘어난 R&D 예산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됐다. 대통령이 지적하는 대로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 예산사용 사례들도 나타났고, 비효율성도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 세수감소 정부예산 축소대책, R&D 예산의 적절한 조정 및 효율성 제고 그리고 R&D가 부정사용되는 문제에 대한 감독 등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는 R&D 예산을 축소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예산 삭감은 피하고 특히 기업과 산업에서 절실히 요청하는 R&D사업비나 지방정부 과학기술과 산업육성에 대응하는 주력 특화분야에서 R&D 예산은 오히려 강화시키는 선택을 했어야 한다.

R&D 예산의 비효율적 운영도 사실 오래된 관행과 폐단이 있었기에 예산삭감조치보다는 예산사용의 과학적 합리적 통제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 가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지역 R&D사업의 경우 지역혁신거점 기관을 둬 사업추진과 성과의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산학연의 협력시스템을 만들면 충분히 R&D사업의 효율성을 높여갈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은 기술패권시대에 R&D 예산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또 지역산업 R&D 예산의 대폭 삭감은 기술경쟁력 하락,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혁신을 어렵게 해 고용감소, 혁신생태계 위축,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 약화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방시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지역간의 경제적 불균형도 더욱 심화되는 역현상을 유발하게 된다. 정부의 재고와 국회 지자체간 산학연간의 충분한 협의를 기대한다. 삭감보다 효율화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