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엄마 은퇴한 세 자매의 사연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2023년 10월 09일(월) 00:00
사진출처=KBS 인간극장
-'인간극장' 엄마들의 해방일지...무적의 세 자매, 엄마들은 은퇴합니다!
-엄마 은퇴, 자매 복귀! 깊은 산중마을 폐가에 중년의 세 자매가 찾아온 사연은?

오늘(9일) 오전 방송되는 KBS '인간극장'에서는 엄마의 삶을 은퇴하고, 깊은 산중마을로 들어온 세 자매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한다.

굽이굽이 산을 타고 올라가면 펼쳐지는 별천지.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일한 마을에 4년 전 수상한 세 여자가 들어왔다. 남편과 자식들도 없이 와서는 동네 사람들이 흉가처럼 여기는 폐가에서 매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일만 했다. 이상한 종교집단이라느니, 소박맞은 여자들이라느니, 15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매지간. 황계순(68), 필순(65), 연순(63) 씨 자매는 왜 이 깊은 산중마을을 찾아온 걸까?



그 시절의 여자들이 다 그렇듯, 자매의 삶도 비슷했다. 가족에게 헌신하며 묵묵히 긴 세월을 걸어왔다. 네 자매 중 둘째인 계순 씨는 일 때문에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1남 1녀를 키웠다. 셋째 필순 씨는 시누이 셋을 시집보내고, 식당을 운영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막내 연순 씨는 미술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남편의 사업을 도왔다. 그렇게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예순을 훌쩍 넘기고, 자매들에게는 혹독한 갱년기가 찾아왔다. 자식들이 떠난 빈둥지에 가슴이 시렸고, 무기력하고,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필순씨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막내 연순 씨가 언니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는데....

연순 씨가 보여준 것은 산골의 다 쓰러져가는 폐가. 밀림같이 우거진 수풀에 집은 보이지도 않았고, 벌레와 뱀, 지독한 곰팡이 냄새에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차라리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으면 쉬웠겠지만, 자매는 직접 집수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3년에 걸친 대장정... 오랫동안 방치된 집은 어디 하나 성한 구석 없었고, 문짝 하나 닦는데 이틀이 걸릴 정도였다. 구멍 숭숭 뚫린 벽은 황토를 개어 메우고, 돌무덤인 마당은 포크레인 운전까지 배워서 돌을 골라냈다. 그렇게 자매들은 3년간 세 채의 집을 고쳤고, 자매가 꿈꾸던 그림 같은 집이 완성되었다.

세 자매는 이곳에서 노년을 함께 보내리라 약속했다. 시골살이 질색하는 남편들은 굳이 오라고 하지 않고, 가끔씩 도시 집으로 가 청소와 요리를 해주며 안부를 확인했다. 이제는 가족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기로 했다. 혼자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지만, 그들 곁에는 든든한 언니와 동생이 있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함께 있으면 단발머리 그 시절로 돌아가는 세 자매. 낙엽이 굴러도 꺄르르 웃음이 나오고, 까맣게 잊었던 옛이야기로 밤을 지새운다.

그렇게 의기충천한 자매는 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깊은 산속에 밭을 일궈 친환경 과수 농사를 짓겠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해는 사과 농사를 배우러 다녔고, 겁도 없이 6천 평의 밭을 얻어 농사실습을 해보기도 했다. 결과는 무참한 실패였지만, 이 정도에 무너질 세 자매가 아니다. 산중 밭에 거름을 쏟아 붓고 돌을 고르며 박토를 옥토로 만들어 간다. 새로운 인생의 계획에 들뜨고 가슴 설레는 세자매. 그러면서도 늘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뇌출혈로 쓰러져서 재활병원에서 치료 중인 네 자매의 큰언니 영례(74) 씨. 세 자매는 늘 언니를 위한 빈자리를 비워두고 네 자매가 함께할 날을 꿈꾸며 나아간다.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자유롭고 활기찬 나날, 세 자매 해방일지는 거침없이 직진중이다.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비롯한 치열한 삶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7시 50분에 전파를 탄다.

뉴미디어부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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