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이상지질혈증 관리해야 ‘무병장수’ ●이상지질혈증 혈액 내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 증감 상태 일컫는 용어 동맥경화증·뇌졸중 등 원인…증상 없어 선제적 조치 중요 정리=기수희 기자

2023년 10월 10일(화) 20:47

조동혁 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외래 진료 시 환자들이 헷갈려 하는 것 중 하나가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용어들이다. 해당 용어들은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용어들이고, 환자들이 정확하게 구별해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혈액 내에는 지질의 일종인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나 중성지방(triglyceride)이 존재한다.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침착돼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착한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로 나뉜다.

고지혈증(高脂血症·hyperlipidemia)은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의 양이 정상 수치보다 많은 상태를 말한다. 그 중 고콜레스테롤혈증이란 콜레스테롤이 많은 상태이고, 고중성지방혈증이란 중성지방이 많은 상태이다.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dyslipidemia)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 또는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된 상태를 모두 포함하는 뜻이다. 따라서 이상지질혈증이 모든 종류의 지질 이상을 포함하는 가장 광범위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동맥경화증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몸에 좋지 않은 과다한 양의 지질이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혈액 내에 있는 경우 지방 성분들이 동맥의 벽에 침착하게 돼 혈관이 좁아지면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발생 부위에 따라 뇌졸중(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심장), 말초혈관질환(하지)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질환들이 발병하기 전까지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상지질혈증은 이렇다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중대한 합병증들이 발생하게 되면 사망률이 높고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 전 조기에 증상이 없을 때부터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의 진단은 금식 후 혈액 검사를 진행해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정상 여부를 판단한다.

이상지질혈증의 관리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식사요법은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에 가장 기본이 되며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열량을 섭취하도록 한다. 비만인 경우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체중감량(한 달에 1-2 ㎏씩 점진적으로 감량)을 해야 한다. 지방의 섭취는 열량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포화지방산의 섭취도 줄이는 것이 좋다. 포화지방산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단일 또는 다가 불포화지방산 섭취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 가장 해로운 트랜스지방산의 섭취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통곡 및 잡곡, 채소류, 콩류, 생선류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은 하루 1-2잔 이내로 제한하며, 가급적 금주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이상지질혈증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금연을 반드시 하도록 한다.

운동요법은 더 많은 활력을 주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데 도움이 되므로 모든 성인에게 권고된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기 전 담당의사와 상의해 운동의 종류나 운동량 또는 운동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3-4회, 30분-1시간 정도의 유산소운동(걷기·자전거타기·등산·수영·줄넘기·배드민턴·골프 등)이 가장 좋다. 운동 외 일상생활에서도 좌식시간을 줄이고 자주 신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신체활동의 증진을 위해 행동변화 기술이나 피트니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활용과 같은 생활양식 중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약물요법은 생활요법으로 이상지질혈증의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시행한다. 약물요법을 통한 이상지질혈증의 조절 목표는 혈액 지질 수치나 동반하고 있는 위험인자들 또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동반질환들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약물요법을 시작한 경우에도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과 같은 생활요법은 기본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이상지질혈증을 완치한다기보다는 적절한 지질 수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일반적으로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복용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날 시 바로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됐다. 따라서 담당의사가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면 약물요법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