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끝 민생 안보이나 본사 부회장 |
| 2023년 10월 18일(수)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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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 일본에 역전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내놨던 것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중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0.2∼0.4%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한국 전망치 역시 2.4%에서 2.2%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은 1.5%로 0.5%포인트 높아졌고, 일본은 1.0% 전망이 유지됐다. 올해 일본은 성장률을 2.0%로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엔저 특수’를 누리는 수출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리면서 서비스업까지 살아나 경기가 활력을 띠고 있다고 한다.
IMF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고금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전망에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서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중동산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우리 상황이 큰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큰 수렁 속으로 더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파르게 계속 오르고 있는 물가 상승도 우려스럽다. 우윳값과 대중교통 요금이 올랐고, 맥주류 출고 가격도 7%가량 인상된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7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2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대출 기관·상품이 3개 이상)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의 확전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전쟁 향후 양상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배럴당 무려 64달러가 오른 150달러 선을 돌파하는 ‘오일쇼크’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 주요산유국이자 세계 원유수송량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이란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서다. ‘오일쇼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심각해진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원유가격이 급등하면 내년도 세계 물가상승률이 기준보다 1.2% 포인트 오른 6.7%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세계경제성장률 역시 전망치보다 1.0%포인트 하락해 1조 달러(한화 약 1335조 원)가량의 손실을 전 세계에 입힐 것이란 예측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와 금융·외환시장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우려를 표명했다. 악재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정부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을 옥죄는 규제 사슬 혁파와 전방위 세제·금융·예산 지원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여 경제 회복의 계기를 촉진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런 상황에 무엇을 하고 있나.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만 몰두해있다. 경제 위기와 민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적다. 정치적 정쟁으로 점철되는 동안 위기의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야 한다. 위기의 징후들을 놔두고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매달린다면 국민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보다 주도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황이 더욱 어려운 것은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더디고,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수출 부진은 달러 유입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을 밀어 올리는 악영향을 낳고 있다. 수출·투자·내수 활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더딘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이 엄중한 상황을 타계하기 어렵다.
비상한 각오로 수출과 고용을 늘리고 지지부진한 성장률을 끌어올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해야 할 때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최소화할 것인가 노력할 때 국민 고통도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