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혁명한다는 각오로

본사 부회장

2023년 10월 25일(수) 19:49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최근 저출산 추이를 반영한 총인구 추계’ 보고서는 좀 충격적이다. 지금같은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40년 국내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가 반토막 난다고 한다. 통계청은 인구 저점으로 전망한 2024년 합계출산율(0.7명)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총인구를 추계했는데, 그 결과 2040년 총인구는 4916만명으로 2020년 대비 5.1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632만명이었던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40년에는 318만명으로 무려 49.6% 줄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영유아 감소가 심각해서 이 기간 0~6세 영유아 인구는 202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130만명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관측됐다.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불과 6년후 일이다. 저출산 문제를 많이 걱정했지만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나라에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22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인구 유지선인 2.1명의 3분의 1 정도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30년 후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70%, 50년 후에 93%가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고 7년 전 예측한 바 있다. 5000여만 명인 한국의 인구수가 약 120년 후에는 1000만 명으로 급속히 줄고, 2750년에는 한국인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끔찍한 전망이다.

그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효과가 없었다는 비난에 직면할수밖에 없다. 2006년 이후 280조원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산을 극복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돈을 쓰지 않은 축에 든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초저출산 장기 지속 시대의 인구 위기 대응 방향’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저출산 예산으로 통용되는 가족 지원 예산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에 불과했다. OECD 평균 2.29%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가족 지원 예산은 GDP의 0.32%에 그쳤다. OECD 평균 1.12%의 3분의 1이다.

가족 지원 예산은 육아휴직 급여와 아동·가족 수당처럼 가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직접 지원하는 데 쓰여서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높은 프랑스(1.8명), 스웨덴(1.67명), 독일(1.58명)은 가족 지원 예산이 GDP의 3%를 넘는다. 현금 지원만 해도 프랑스는 GDP의 1.34%, 스웨덴은 1.29%, 독일은 1.1%다. 우리나라가 0.32%이니 효과가 났을리 없다. 흉내만 낸 것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정말 저출산 인구 감소 때문에 소멸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혁신적인 출산장려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현대 출산율 세계 1위는 이스라엘이며, 성공적으로 출산율을 올린 국가는 프랑스다. 이 두 나라는 모든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부모가 누구든 상관없이 프랑스는 자국에서 태어난 어린이를 모두 국가가 책임진다.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출산율이 1명을 넘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젊은층이 많고 보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 출산율이 늘 높게 나오던 세종시마저 올 2분기 현재 0.94명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0.53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 뿐이다.

이제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인구문제로 봐야 한다. 인구 정책은 발상을 뛰어넘어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육아, 주택, 교육, 양성평등 등 다방면의 종합적 대책과 함께 저출생 및 인구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다.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세계는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민청을 조속히 설치해 부족한 노동력도 보충하고 인구도 늘려야 한다. 선진국들이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엇이 현재 아이를 낳지 않는 현실을 만들었는지 원점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 세대·성별 간의 결혼과 출산, 일과 가정에 대한 생각의 차이부터 고려해야한다. 우리의 육아휴직 수당은 최고상한액이 여전히 150만원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에서 남성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여전히 17.7%에 불과하다. 육아휴직자 차별이 가장 적다는 공공기관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여전히 6:1이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룩셈부르크에서는 육아휴직자의 45% 이상이 남성이다. 모두 출생률이 높은 나라다.

획기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걱정 없이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지 않도록 주거에서부터 양육까지 전반적으로 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혜택을 주어야 한다.

혁명한다는 각오로 대책을 세우라.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비상한 마음가짐으로 머리를 맞대고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인구 문제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정치인이 있다면 반만년 지켜온 이 나라를 소멸시키는 주범이 된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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