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으로 자연의 다양한 얼굴 담고 싶었죠” ●소정희 디카시집 ‘바라만 봐도 좋아’ 출간 추억·감정 엮은 6장 120여편 시 수록 내달 4일 순창 명품관서 출판기념회도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29일(일) 19:03

“바라만 봐도 행복한 그런 마음이죠. 책 제목에 그대로 담았어요. 설익은 사진 솜씨이지만 길가다 멋진 풍경을 보면 멈춰서 사진을 찍어요. 요즘 제 유일한 소일거리죠. 추억과 어우러진 감정을 잘 엮은 시어를 쓰는 것은 마치 작은 꽃밭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감사한 요즘이에요.”

소정희(74·사진) 시인은 자신의 첫 시집인 디카시집 ‘바라만 봐도 좋아(그린출판刊)’ 출간에 대해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70이라는 나이에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소 시인은 현재 박덕은 평론가의 한실문예창작 교실, 순창 싱그런문학회 등에서 회원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디카시집 ‘바라만 봐도 좋아’에는 현재 순천 풍산면에서 지내고 있는 시인이 시골 동네를 산책하며 마주한 다양한 자연의 얼굴들이 담겨있다.

총 6부 120여 편의 시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이치, 옛 추억과 자신의 감정들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신인상으로 등단했어요. 2019년도 일이죠. 그땐 남편이 먼 하늘나라로 떠난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한동안 스스로 글과 대화하고는 했죠. 친구가 와서는 시 한 번 써봐라 해서 시 교실에 찾아갔고, 거기서 시도 배우면서 등단도 하고 상도 받고 그랬죠.”

등단 당시 그의 시는 ‘서투르지만, 자연 그대로를 옮겨 놓은 깨끗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시집 속에는 실제 그러한 순수한 마음이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까치밥 홍시를 담아낸 그의 작품 ‘참사랑’에는 누가 쪼아먹은 듯한 홍시 한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주고 또 주고/끝까지 주고픈/마음’ 시인은 여기에서 엄마의 사랑을 떠올렸는데, 마치 까치 새끼들이 엄마를 기다리며 먹이를 먹고 또 받아먹는 그런 시상을 글 속에 투영시켰다.

험난한 바위 사이 갈라진 틈으로 소나무 한 그루가 장대하게 솟아나있다. 시인은 여기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작품 ‘버팀목’이다. ‘무거운 마음/옆구리에 매단 채/매운 시간 삼키며/살아온 울 아버지.’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홀로 뿌리를 내리며 거친 풍파를 이겨낸 소나무를 자신의 아버지와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디카시집은 그 나름의 진귀한 매력이 있어요. 30자 안에 모든 걸 다 담아내야 하거든요. 또 사진과 함께 글을 싣고 있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느낌이 색다르기도 하죠. 시를 쓰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행복에 풍덩 빠져 살아요. 그 덕분에 나이 먹는 줄도 모르고 지금껏 지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하게 사진도 찍고 시도 쓰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한편 소 시인의 디카시집 ‘바라만 봐도 좋아’ 출판기념회는 다음달 4일 오전 11시 순창 명품관에서 열린다.

‘버팀목’

‘참사랑’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