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희망까지 삭감하나

본사 부회장

2023년 11월 01일(수) 19:39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심사하고 조정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민을 위해 좀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다소 불편한 얘기들이 들린다. 웬만하면 지켜져야 할 기본 예산들이 삭감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지자체가 깜짝 놀라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예산 국비 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대다수 지자체에서 시행되던 청소년 사업들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여가부가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 예산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 중 청소년활동예산 38억 2천여만원, 청소년정책참여지원 26억 3천여만원,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34억원, 성인권교육예산 5억 6천여만원, 청소년 근로권익 예산 12억7천여 만원의 예산 등 청소년 관련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한다. 예산이 삭감된 사업 대다수는 국비와 지방비를 같이 쓰는 사업으로, 국비 지원 중단에 따라 지자체 예산만으로 청소년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대다수 지자체에서 청소년 정책 사업을 폐지했다고 한다. 청소년 노동자의 임금체불·부당대우 등 해결을 돕는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사업은 17개 시·도 중 15곳에서 폐지했다.

그렇게 큰 예산들도 아닌데 여성가족부는 왜 청소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삭감했을까. 당연히 청소년계 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삭감된 예산을 복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 151개 단체와 기관으로 구성된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를 열고 “범청소년계는 이 같은 상황을 대한민국 청소년 정책을 위축시키는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으로 규정한다”며 “정부는 청소년 정책 예산 삭감 결정을 즉각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삭감으로 17개 광역시·도의 2024년 청소년 사업 예산을 전수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 지자체가 여가부와 함께 수행하던 주요 청소년 사업 102개 가운데 중단된 사업이 60개, 사업 지속 여부를 정하지 못한 사업이 30개에 이른다. 특히 학교폭력(학폭) 예방과 노동권 보호, 성인권교육 등과 관련된 사업은 모조리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정책기본계획 등에 명시된 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추진하는 제7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가 청소년 참여 강화다. 30년 동안 법에 근거해 이어져 온 사업들을 정부가 스스로 폐지하는 것은 미래희망인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것이다.

여가부는 지난 2월 향후 5년간 청소년정책의 목표와 전략을 담은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정부부처와 지자체, 지역사회 간의 협력을 통한 연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청소년활동 활성화와 청소년의 참여 및 권리 보장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다. 지난 6월에는 ‘약속 2호’를 발표하면서 청소년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여가부장관은 이 약속에서 학교 교육 과정과 연계한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2000개까지 확대하고, 370여개 청소년시설과 학교 간 협력을 바탕으로 ‘찾아가는 청소년 활동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청소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자신들이 계획을 해놓고 청소년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무슨 의도인가. 제아무리 긴축재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해도 전체 예산에서 미미한 청소년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청소년의 미래를 삭감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단체들은 청소년 관련 사업 예산은 여성가족부 예산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데, 이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것은 청소년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저당잡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의 존엄한 삶과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정책기반이다. 청소년들이 충분한 문화적 활동과 참여 활동을 통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 청소년 예산은 원상복구되어야 한다. 청소년 사회참여 예산은 우리사회가 미래의 주역에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의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국회 예산 조정 과정에서 꼭 살려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활동 지원을 삭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정책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어른들의 지혜로 삭감된 예산은 꼭 복구되어야 한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698835163614612016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6일 18: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