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에서]달빛철도가 왜 포퓰리즘인가 |
| 2023년 12월 21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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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 일각 선심성 논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부터 발목을 잡았다. 세 차례 미뤄진 회의 끝에 가까스로 첫 관문을 넘었고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다음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되는 일정을 앞뒀다. 하지만 철도 유형 복선화 문구와 주변지역 개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삭제됐다. 눈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정치공학에 어지간히 실망스럽다. 또 여야 간 ‘김건희 특검법’ 강대강 대치 등 연말 국회 변수도 많다.
광주와 대구는 옛지명 달구벌의 ‘달’과 우리말 빛고을의 ‘빛’을 따서 명명한 ‘달빛동맹’을 맺고 실질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달빛철도는 영호남 상생협력 사업으로 1999년 논의를 시작했다. 뒤늦게 2017년 제19대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재논의됐음에도 수익성이 낮아 다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대학생과 청년단체 등을 망라해 총력전을 펼쳐 2021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했으며, 여기서도 경제성을 이유로 예타 대상에 포함하지 않자 면제를 위한 특별법이 추진됐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다른 사업과 형평성, 과도한 예산 투입을 들며 예타 면제에 반대하고, 국토교통부도 복선전철 건설비가 단선의 2배가 소요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양 도시가 이번엔 고속철을 고집하지 않기로 하고 일반철도로 수정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건의에 나섰다. 복선 고속철로 건설 시 공사비는 11조2천999억원, 복선 일반철도는 8조7천11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정차역과 산악 지형이 많아 특성 상 고속철 소요시간은 83분, 일반철도 86분으로 별 차이가 없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광주 송정역을 출발해 전남 담양, 전북 순창·남원·장수, 경남 함양·거창·합천, 경북 고령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총연장 198.8㎞의 달빛철도다. 남부경제권은 7조3천억원의 생산, 2조3천억원의 부가가치, 3만8천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6개 광역시·도, 10개 지자체가 생떼를 쓰고 있다는 것, 어불성설이다.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민심을 반영하고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재정 부담은 지극히 당연하다.
앞서 기재부가 제시한 ‘신속예타’, 즉 최장 24개월까지 걸리는 기간을 9개월로 줄이는 대안은 수용할 수 없었다. 현재 수요를 근거로 경제 논리를 들이댈 게 뻔하지 않은가. 지역 SOC사업의 경우 수익성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결국 특별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헌정사상 최다인 국회의원이 동의했다. 정수 300명 중 26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할 정도로 절실하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총선용이 아니다. 포퓰리즘 짬짜미, 정치적 거래가 절대 아니다. 여야 협치의 정신을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주길 바란다.
양심도 없고 대의 명분도 잃은 여의도 정치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발의하고도 자신이 반대하는 이중적 행태를 지탄받고 있다. 그러고 보니, 광주군공항 이전과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쌍둥이법’ 처리 과정에서도 그랬었다. 전국 대학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자신의 이로움, 권력의 단맛을 보자 의로움을 잊은 정치인들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도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고 내년 22대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참으로 불량하다.
목표대로 2030년 꼭 완공돼야 한다. 2038년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이다. 광주대구고속도로가 개설돼 있어도 부족하다. 도로와 철도 이용객은 엄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철도만의 이점이 분명히 있다. 개통 시 이동시간이 1시간 대로 대거 단축된다. 출발과 도착 시간이 일정해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정시성이 우수하다. 법안에서 빠졌더라도 반드시 복선화로 건설되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영호남, 대한민국을 잇는 기간 철도망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다. 실익·안전성에서 그렇고, 미래수요 측면에서 더욱 타당성을 갖는다. ‘푸른 용의 해’ 2024년에는 달빛철도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세상의 빛으로 속력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