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립무원 중소상공인, 광주시가 손 내밀 때 / 김용재 |
| 2023년 12월 27일(수)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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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소상공업의 피폐화는 당사자와 가족 구성원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경제의 선순환 연결 고리에 민감한 연쇄 작용을 일으켜 시민의 실물경제 전반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소상공인들은 코로나 부채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후폭풍으로 다중 채무까지 지고 변동금리와 원자재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 차원의 신속한 지원 대책이 절실한데도 정부는 부자 감세 등으로 생긴 세수 부족의 책임을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부는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가맹점 골목상권의 매출을 올려 지역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불러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하였다. 소상공인이 담당해온 지역경제의 순환고리를 지키는 일은 지자체라고 책임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는다.
중소상공인 대부분은 도소매업, 음식업, 운수업, 서비스업 등 지역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업종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한 전담 기구를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적극적인 지원 행정에 나서야 하는데도 광주시의 지원책은 대부분 정부의 매칭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광주시가 일심동체로 진행하는 공통의 공약사업이 있다. 바로 유통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입점을 지원하는 일이다. 대통령과 광주시장이 공약을 명분으로 서로 복합쇼핑몰 입점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시는 12월 초 ‘복합쇼핑몰 유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는 다른 지역 복합쇼핑몰 원정 쇼핑과 관련한 문항만 필요 이상으로 다수 집어넣어 관련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샀다. 복합쇼핑몰 입점에 직격타를 입을 동종업종 중소상공인의 피해와 관련된 문항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입점을 위해 속도전을 외치며 막대한 행정력을 투여하고 있다는 뉴스는 자주 보였지만, 관련 업종과 중소상공인의 현황을 조사하고 실태를 분석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사실 유통 대기업의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면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홍보와 달리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 복합쇼핑몰의 규모와 입점 수만큼 시민의 경제력과 구매력이 비례해 자연 상승할 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개별의 지역 중소상공인과 지역상권이 대기업 복합쇼핑몰과 겨루는 제로섬 게임에 대책 없이 내몰리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손실도 커질 것이다.
현재 중소상공인의 영업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생존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무대책과 무관심 속에 중소상공인들이 몰락하면 지역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고 경제 주체 간 양극화도 심화할 것이다. 폐업도 못 해 매일 억지로 문을 연다는 기막힌 사연조차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광주시는 이제라도 지역 중소상공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 조직을 꾸리고 업태와 매출 구조 등 구체적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광주의 중소상공인들이 힘든 각자도생의 빙판길에 내몰려 더는 고립되지 않게, 함께 웃으며 살아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