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삼천 배를 마치고 -보문사 마애불 앞에서 / 이서연 |
| 2024년 01월 01일(월) 1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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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답한 것도 모른 것 아니어서
다시금 물으러 왔나이다
-나는 지금 무엇인가
어디서 왔는가가 필요한 거 아니듯이
어디로 가는가도 중요한 거 아니어서
또다시 찾으러 왔나이다
-나 가는 길 어디인가
(시조집 ‘산사에서 길을 묻다’, 알토란북스, 2019)
[시의 눈]
오욕을 씻는 청룡이 날아오르는 갑진년 새해입니다. 무념 무상에 먼저 무탈과 무사를 기원합니다. 모든 욕망이 들끓는 시대에 자신을 내려놓고 살기는 쉬운 게 아닙니다. 허, 나 이렇듯 알고는 있지요. 부처님께선 늘 버리고 비우라 합니다만, 비울수록 가득 차고 버릴수록 붙잡고자 하는 찌든 나를 대하곤 합니다. 이 시조집엔 법문이 죽비처럼 아포리즘으로 차 있습니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 성찰하는 시간을 시의 명상과 함께 우선 내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그래, 설법이듯 귀를 기울이지요. 해서, 나 영광의 한 산사에 왔습니다. 먼저 고즈넉해지고 편안해 좋습니다. 절의 말엔 길 필요가 없지요. 비움을 담으니 그 비움의 만포가 끼치는 듯합니다. 난 어디로 가는 길인가. ‘길에 답은 없다’ 이런 죽비를 맞는 어리석은 아침입니다. 이서연 시인은 서울에서 나, 1991년 박재삼 추천 ‘문학공간’에 시조, 2019년 ‘문학과의식’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시조집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1996), 시집 ‘사랑, 그 언어의 무늬’(2018)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시와 한몸을 이루는 영혼으로 살아가는 그 삶의 성찰을 전아하게 표출하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