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연대’…도시 속 인간·식물,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다 ‘가이아의 도시’展…내달 25일까지 ACC 복합전시 3·4관 5개국 현대미술가 11팀 참여…다양한 매체 22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4년 01월 04일(목) 19:46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초원’ 한 가운데 ‘부츠 꽃’이 자리잡고 있다.

유이치 히라코作 ‘나무로 된 나무 28’

아이 웨이웨이의 ‘층’(왼쪽)과 ‘궁전’

기묘한 생물의 등장이다. 사람의 머리카락, 피부를 가진 부츠 형태의 꽃이 하얀 꽃밭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초원’ 풍경이다.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딱딱한 흰색 꽃들은 식물인지 동물인지 가늠할 수 없다.

한쪽에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두 개 이상의 종류, 특히 동물과 식물이 하나 된 특성을 다룬 장면이 상영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자랐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가는 무엇이든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그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범주가 유동적인 세계를 제안한다.

도시 속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다룬 전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고 있다. 다음달 25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진행되는 ACC 기획전 포커스 ‘가이아의 도시’다.

이번 전시는 식물이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도시로 이주해 변형되는 현상에 집중한다. 또 도시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과 공존하려는 식물의 능동적 의지를 들여다본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프랑스, 시에라리온 등 5개국 현대미술가 11팀이 작품 22점을 선보인다. 회화, 조각, 영상, 인터랙티브 아트, 소리예술 등 매체도 다양하다.

김자이 작가의 ‘휴식의 기술 ver. 도시 농부’는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휴식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오직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전시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체험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식물이 주는 위로와 우주적 에너지를 주제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 알베로1987의 신작도 소개된다.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함께 연대하는 식물의 모습을 담은 ‘동적 숲의 교감’과 인간과 식물이 가상세계에서도 공존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식물을 제작한 AR작품 ‘도시의 숨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머리는 나무, 몸은 인간 형태를 하고 있는 유이치 히라코(일본) 작가의 ‘트리 맨’은 지구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다양한 존재들과 함께 공존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회 참여적인 성격을 띠는 아이 웨이웨이(중국)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대한 나무 뿌리를 주조한 철제 기념비 조각 ‘뿌리’ 시리즈 중 ‘층’과 ‘궁전’을 선보인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게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 뿌리들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착취되고 뒤집히는 것을 상징한다. 진보와 발전에는 사회와 문화의 희생이 따른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 공간은 재활용 가능한 모듈벽체를 활용, 가벽을 최소화해 구성됐으며 보다 다양한 관객층을 위해 ‘쉬운 글 해설’을 함께 제공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