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소개팅’은 저출산 현상에 대한 단편적 접근일 것

2024년 01월 09일(화) 19:45

광주 동구가 20-30대 남녀가 맥주 펍 등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이성과 게임을 통해 호감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일종의 ‘소개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크리스마스ⓝ광주빛축제 기간 구시청 일대에서 ‘NEW친소(23-24일)’와 ‘솔로파티(23일)’를 각각 개최했다. 랜덤 지정 커플 찾기, 네트워크 게임, 선물 이벤트, 최종 선택 등의 순으로 치러진 행사다. 동구는 앞서 10월에도 1천만원 가까운 구비를 투입해 만 27-39세 주민 20명이 참여한 ‘도심청춘캠프 너를 만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동구가 미혼 인구 증가와 저출산의 원인을 단순히 만남의 기회 부족으로만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혼인율 저하, 출산율 감소 현상은 청년들 삶의 질 저하에서 기인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이라는 하소연을 새겨들어야 한다. 일·생활의 균형이 수반되고 일자리 안정이 이뤄지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생각도 차츰 변화할 수 있다.

동구는 갑론을박의 유사 프로그램을 남발하고 있다. 일부는 만족감을 표했어도 대체적으로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물론 지자체가 주선하는 소개팅으로 서로의 신원이 보증돼 더 안심하고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계기라는 긍정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굳이 혈세를 들여가면서까지 술집을 빌려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팍팍한 현실 속 숨통을 트여줄 의도였다면 애당초 잘못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급락,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인구 소멸 1호 국가’로 흑사병 창궐 직후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자체도 발등의 불이다. 소멸 위험에 처했다. 결혼, 출산은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절박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단편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