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광주 마을자치 원년으로 / 이용연

2024년 01월 10일(수) 19:51

이용연 마을자치연구소 대표 / 광주마을학교 교장

역사가 정체되고 민주주의가 뒷걸음 쳤던 2023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주민자치·마을만들기에서도 퇴행과 위기의 한해였다. 행안부가 작년에 시작한 반자치적이고 관치적 시책들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주민자치회 사무국 폐지, 주민자치회 기능과 권한 축소, 마을기업과 생활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중단, 마을만들기 지원 감축 등 주민자치·마을공동체운동의 생태계를 초토화 시키는 일들이 착착 진행될 듯 하다.

작년 주민자치의 위기 상황에서도 광주에서는 ‘주민자치 혁신 T/F’, ‘주민자치 비상회의’를 운영하는 등 주민자치·마을만들기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혁신의 노력이 줄기차게 이루어져 와 그나마 새해에 희망을 이어 갈 수 있게 한다. 이에 발맞춰 지난 12월20일 광주시 주민자치연합회와 광주시가 1년 활동에 대한 성과공유회를 갖고 2024년을 준비했다.

우선 광주시는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변화를 이끄는 생활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주민·생활·마을자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2024년까지 96개 전체 동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고, 운영을 내실화하기로 했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과 협치마을, 협치마을고도화 사업의 성과들을 엄밀히 평가 및 보완해 지원한다. 아울러,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광주 각 동의 혁신사례를 서로 학습해 확산하고, 주민자치회의 주민대표조직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한다.

이러한 방향의 가장 중요한 기조는 ‘시민으로서의 주민’과 ‘주민으로서의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광주와 마을 현장에서 교집합으로 융합 수렴해 시민권익과 주민복리, 광주와 마을의 발전을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자치로 단단하게 만들어 가자는 데 있다.

마을자치는 두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마을 안에서의 자치를 의미한다. 마을 안에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참여해 그 마을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마을공동체의 지향과 직접 관련된다. 마을공동체운동은 구성원들 간의 관계망을 심화시키는 것을 넘어, 세상을 공동체적 관계망으로 다시 짜겠다는 가치와 목적을 갖는다. 즉 마을공동체를 우리 사회와 마을의 운영원리와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에 참여한 이들과 이들의 관계망을 사회적으로 넓혀가야 한다. 광주에서의 마을자치 활성화는 마을과 골목에서 출발해 광주를 공동체적 관계망으로 재편하기 위한 주민 스스로의 영향력을 확산해 가는 과정이며, 이는 광주정신에서 비롯한다.

마을공동체 운동이 사회를 상호부조적 관계망 중심으로 변화 혁신하려는 실천 과정은 우리 사회의 공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변화도 포함한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주체들이 공적 의사결정과정에 권한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은 주민자치와 바로 만나는 데, 이는 주민자치 그 자체가 마을의 운영에 주민들이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아 직접 참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는 우리가 지향하는 대안적 사회, 곧 공동체적 관계구조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 유력한 방안이자 실천 동력이기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운동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마을자치의 상호보완적 필수 요소이다.

광주가 2024년 마을자치에 힘을 쏟고자 하는 것은 한국 사회혁신의 중요한 방향을 제안하고 대안을 실천하고자 하는 도전적 정책이다. 광주의 마을자치가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운동을 상보적(相補的)으로 융합 발전시켜, 한 단계 높은 대안적 사회발전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