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공존성’…시간을 잇다, 공간을 짓다, 미래를 열다 ACC 융·복합콘텐츠 전시 ‘이음 지음’ 리뷰 프랑스, 독일 등 현대미술가 19인 공존과 어울림 의미 선사 아날로그와 디지털, 선·면, 공간 융합…공존의 가치 되새겨 최명진 기자

2024년 01월 14일(일) 19:25

이자벨&알프레도 아퀼리잔作 ‘인-해빗: 또다른 나라 프로젝트’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作 ‘클리나멘’

코이치로 아즈마作 ‘무한차륜’

넓다란 푸른 수조 안에 180여 개 도자 그릇들이 부딪히며 은은한 소리를 낸다.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무언가는 예기치 못하는 창조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작품 ‘클리나멘’이다. 파동에 따라 유유히 떠다니다 어떤 지점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는 그릇들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해와 올해 ‘도시문화’를 핵심주제로 내세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융·복합콘텐츠 전시 ‘이음 지음’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도시 공간의 공통 소재인 ‘건축의 공존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예술가들의 현대적 미술 언어를 소개한다.

‘이음 지음’은 건축의 ‘지음’과 시공간의 연결적 ‘공존성’을 ‘이음’이라는 의미에 담아 조형적으로 시각화한 전시다.

한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독일, 스위스, 스페인, 독일 출신의 현대미술가 19명(팀)이 19점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존과 어울림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다.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공존의 가치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선과 면, 그리고 공간이 융합된 모습으로 표현했다.

56개의 자전거 바퀴가 한 사람의 발굴림으로 한번에 움직인다. 일본 작가인 코이치로 아즈마의 ‘무한차륜’은 움직이는 조각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수집한 자전거 바퀴들로 구성됐다. 모두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가장 건강한 활력을 얻는 우리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정주 작가의 ‘27개의 방-c2301’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양, 파주, 그리고 광주 등 작가가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지역에서 담았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사각 박스 안에 형형색색 빛깔들이 각각의 재질을 가진 건물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밖에도 워크숍을 통해 재활용 판지로 함께 만든 상상 속의 집을 표현한 이자벨&알프레도 아퀼리잔의 ‘인-해빗: 또다른 나라 프로젝트’,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도시와 마을의 이미지를 참고해 건축물의 요소 요소를 나타낸 천대광 작가의 공간설치 작품 ‘중첩된 시간과 겹쳐진 장소들’, 날개가 달린 작은 집과 나무를 다트침으로 설정해 지구를 표적으로 삼은 일본 작가 카도 분페이의 ‘다트 게임’ 등은 현대사회의 삶과 도시 공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이강현 전당장은 “재료가 닿고, 이어지고, 쌓여서 올라가는 건축은 우리가 더불어 사는 세상과도 비슷하다. 이번 전시가 ‘함께 있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7월21일까지 이어진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