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희망의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 윤은상 |
| 2024년 01월 15일(월) 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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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은 양반집 노비로 있던 옥단이 그 집 주인과 어쩌다 아이를 갖게 되는데 그 사실을 안 주인마님은 노비 옥단을 초죽음이 되도록 매질하자, 옥단은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녀 수분이에게 자신의 아이와 주인집 아이를 바꿔 달라고 유언을 남겼고 수분이가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두 아이의 운명이 바뀌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모곡은 요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출생 비밀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양반집 아기는 영문도 모른 채 노비의 자식으로 바뀌어 살아가게 되는데 그 아이가 주인공 ‘만강’이다. 그 만강이 미천한 신분임에도 글공부에 관심을 갖게 돼 글을 배우게 되고 게다가 인근 마을 양반집 딸인 어여쁜 보옥이란 여인을 연모하게 되고 그렇게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살아가는 만강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만강은 양반집 딸 보옥을 연모하게 됐고, 글을 배웠으나 천한 방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니 자신의 운명에 자책하게 된다. 그런데 만강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보옥의 외가 족보를 훔쳐 멀리 도망가 그 집안 후손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에 대한 배신이고, 자신을 믿고 따라준 보옥을 기만하는 일이고, 임금을 속이고 나라 법을 업신여기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고뇌하고 갈등하지만, 자신과 신분이 바뀐 양반집 자제 ‘달서’나 자신이 모시는 사또 아들 ‘서인갑’에게 여러 가지로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임을 생각해 볼 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족보를 가지고 영월로 내려가 일가친척들에게 족보를 보이며 ‘엄택주’라 속인다. 그리고 친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영월에서 터전을 마련한다. 만강은 은애하는 여인 보옥과의 재회를 고대하며 과거 공부에 매진해 초시를 거쳐 드디어 대과에 급제한다.
그러나 과거 시험장에서 만난 옛 상전 달서에 의해 자신의 신분이 탄로나 결국에는 과거가 취소되고 천민의 신분으로 다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그의 출생 비밀을 알고 있는 수분이네가 그의 아버지에게 출생 비밀을 알려 극적으로 아버지와 상봉하면서 신분을 되찾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끝이 난다.
이 드라마는 충남 보령시에서 전해져오는 민담을 바탕으로 충청도 전의현에 영조 시대에 살았던 실존 인물 만강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조선 시대에 노비라는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다. 그러나 운명의 벽을 뛰어넘은 ‘만강’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신분제가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이 흙수저, 금수저론이다. 흙수저가 빈곤으로부터 탈출해 상위층으로 오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 정부에 천정부지로 올랐던 부동산과 주식이 최근에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인생 역전을 꿈꾸며 상승기에 편승했던 영끌족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경제 침체는 우리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도전과 응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오늘도 열심히 일과 공부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 운명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이미 정해져 있지는 않는다. ‘운삼기칠’이란 말처럼 운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미래의 운명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운명은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움직이고 행운은 자신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찾아가며 기회는 찾는 자의 몫이고 도전하는 자의 몫이 아닐까? 2024년의 희망이라는 문은 분명 찾고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