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매출 기대” vs 소상공 “고객 감소 우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추진 관련업계 반응 현재 광주 대형마트·SSM 18곳 주말 의무휴업 민주당 반대 난항…이해관계 따라 찬반 ‘팽팽’ 양시원 기자

2024년 01월 22일(월) 19:38

사진=광주매일신문DB

정부가 소비자들의 장보기 편의 제고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한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와 소상공인·마트노동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간 폭발적으로 확대된 e커머스업계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공휴일 의무휴업에 반사이익을 얻던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 등 침체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22일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고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방침을 발표한 배경에는 생활 속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있다.

광주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5개 자치구가 동시에 대규모 점포 및 조정 조례를 개정, 2012년 9월23일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오전 0시-오전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넷째 일요일에는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게 하는 의무휴업을 적용했다. 현재 광주지역에서는 대형마트 10곳, SSM 8곳 등 총 18개 점포가 주말 의무휴업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영세한 중소상공인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였다.

이 같은 상황에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도 속속이 등장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어 충북 청주시, 서울 서초구, 동대문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 대형마트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광주지역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통상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이 평일의 1.5배 정도로 높은 편인 만큼, 그간 우후죽순 늘어난 식자재마트와 규제에 잡혀 침체 위기에 놓였던 대형마트 업계가 다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들은 격렬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광주 34개 전통시장 및 상점가를 회원으로 둔 광주시상인연합회 김승재 회장은 “현재 광주지역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오는 고객들이 많은 만큼 이를 위해 첫째주와 셋째주 일요일에만 쉬고 있다”며 “의무 휴일을 평일로 바꾸는 것은 그나마 조금 더 오는 고객을 막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임미영 마트산업노동조합 광주전라본부장은 “현재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한 달에 딱 두 번 쉬고, 이를 통해 경조사와 여행도 가고 있다”며 “의무 휴일이 평일로 전환될 경우 월 2회에 그치는 휴일마저도 상실, 건강권·휴식권을 모두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 등을 폐지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심의 단계부터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