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신입생 유치 |
| 2024년 01월 25일(목) 2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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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의 달력에서 1월은 그해 신입생의 수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달이다. 지난해 12월, 2024학년도에 점암초등학교 졸업생 4명 중 쌍둥이 형제인 2명이 서울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 학교는 점암초등학생 4명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고흥읍에 있는 동초등학생을 겨냥해 신입생 유치를 위한 홍보를 해 오고 있던 차에 접한 그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제 신입생 확보를 위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발품을 팔아 홍보하는 과정에서 다행히 동초등학교의 한 학부모가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 학교의 우수성을 단박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학교 축제에 동초등학교 A군과 학부모를 초대하기로 했다. 축제는 기획에서 운영까지 학생, 학부모 자치회에서 주관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모든 아이들은 축제 준비위원으로 활동했고 학부모회는 간식 부스를 운영하면서도 짬을 내어 아이들이 운영하는 각종 부스를 돌아다니며 마치 학창시절로 귀환한 듯 축제를 즐겼다. 그뿐인가, 학부모 난타동아리는 2학기 내내 밤 시간 짬을 내어 연습해 드디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다소 실수가 있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큰 웃음 보따리를 안겨 주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과 함께 연습하고 공연 무대에 오르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듯하다.
우리학교의 공연 마당은 매년 그렇듯이 1부가 영화 사사회다. 이번엔 ‘夢(몽)’과 ‘레벨업’이라는 두 편의 작품이 제작됐는데 그 중 작품 ‘夢’은 전국학생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는 모든 아이들이 배우 또는 제작진으로 참여해서인지 후일담도 풍성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끼를 대중 앞에서 재치있게, 무엇보다도 유려하게 풀어낸다. 본격적인 공연이 이뤄지는 공연마당 2부, 아이들 모두는 최소 3-4개 프로그램에 주연으로 출연하거나 진행을 한다. 바쁜 중에도 아이들은 틈틈이 동초등학생 A군을 챙겼고, 관객을 축제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학부모들에게 축제에 참여한 소감을 듣는 것이며, 막과 장이 교체되는 지점에 배치된 경품추첨은 얼마나 스릴 있던지 관중석은 경품으로 나온 수세미 하나에도 목숨을 걸 정도였다.
필자는 내내 동초등학생 A군의 표정을 살폈다. 부모님 손에 마지 못해 이끌려 온 품새였지만 점차 동화돼가는 거 같아 적잖이 안심이 됐다. 마침내 A군은 우리 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그 결과 우리 학교 신입생은 동초등학교 A군과 귀농가정 자녀를 포함해 4명이 됐다. 점암교육공동체가 라이언 일병을 구하듯이 신입생 모집한 결과이다.
화산지대나 사막에서도 식물은 잘 자라난다. 표면은 황폐한 것 같으나 땅 밑은 지구의 역사만큼 비옥한 지층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도 외형은 아주 작지만 아이들 하나하나의 가슴은 해를 담고 있다. 그게 A군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