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이여, 멈춰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 오영걸 |
| 2024년 02월 05일(월)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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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악마)여, 내게도 와서 부귀와 아름다운 것들로 유혹해다오. 내생에 단 한 번 만이라도 ‘순간이여 멈춰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하게 해다오.
그러던 어느 날 기적같이 아이가 생겼다. 첫 울음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 우는 아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수백 번 외쳤다. ‘순간이여, 멈춰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게 이렇게도 행복한데,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청년들 스스로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리처드 도킨스의 스테디셀러 ‘이기적유전자’에 생명체는 유전자를 보관하고 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는데 왜 우리 청년들은 생물학적 본능마저 억제하고 있는 것일까?
2022년 전국 합계출산율 0.778명. 지난해 1월-11월 출생아 수는 21만3천명으로 전년대비 8% 감소했다.
우리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낮은 출산율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건 사상 초유 인구 급감세가 매년 지속된다는 게 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이가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어 머지않아 초·중·고교도 문을 닫을 것이고, 대학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산업현장에선 구인난에 더욱 힘들어지고 빈집은 넘쳐 날 것이며, 병력자원은 줄어서 휴전선을 지키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미국처럼, 과거의 로마제국처럼 자원 입대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주는 정책이 아니고서는 군대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소멸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어려운 현실 때문에 아이 낳아 키우는 기쁨을 포기해야만 하는 우리 청년들의 삶이다.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소멸을 막기 위해 아이를 낳아라’ 고 말한다면 설득이 될 리가 없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아서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국가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시 또한 저출생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 1월 30일에는 출생·보육정책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중소기업, 학부모·신혼부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형 출생·보육패키지 정책 ‘아이키움 ALL IN 광주 7400+’ 업무보고회를 가졌다.
광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체감도가 큰 현금·의료·돌봄·일생활 등 4대 케어에 집중 투자해 엄마 아빠가 편한 도시 광주를 만드는데 올인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젠 더 이상 양육을 부모의 책임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키우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었다.
청년들이 처한 현상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비춰볼 때 지금의 출산율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돈과 정책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 감소 추세는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여건을 지속해서 만들어가야 할 무거운 책무를 느낀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며 행복에 겨워 이렇게 소리쳤으면 좋겠다. ‘순간이여, 멈춰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