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진정한 대리인(代理人) 이야기 / 김일태 |
| 2024년 02월 05일(월)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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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 안팎에서 개혁과 혁신이 자신들의 아이콘이라고 외치지만 결국 탈당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출마와 당선의 명분을 축적한 것이라 여긴다. 이것은 여야 정치력 부재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따라 정치인들의 역량과 리더십이 흔들려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을 뜻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대리인이 권력이나 국민과 대리인 간 정치적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서 감추어진 행동을 하게 되면 국민들은 대리인의 역량과 행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져 대리인은 국민보다 자신의 입지와 당의 장악력만을 추구한다.
역사적으로 어느 종교, 시대, 국가에서도 대리인은 존재했고 지금도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 신(神)의 지상 대리인은 사도 베드로가 지명된 이후로 선출된 교황들의 권위가 중세를 지나 종교개혁 이전까지 엄청난 신적인 권력을 부여받게 됐다. 지금도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종교인들이 세계 각지의 종교나 종파에서 건재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보면 신의 대리인은 극단의 이념적 혼돈과 아(我)와 비아(非我)의 역사적 투쟁을 선악의 대결을 만들어 카노사의 굴욕이나 십자군 운동과 같은 정교일치적인 신념이 정치의 영역을 지배할 때나 일부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정치가 종교의 힘을 빌릴 때 권한이 커진다.
왕조 시대에 이르러 왕의 권력을 빌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왕의 대리인이 나서게 된다. 그들은 왕조 말기나 건국의 시기에 왕조의 부흥이나 창건을 위해 황제나 왕의 권위를 명분으로 적대 세력을 숙청하고 궁극적으로 왕을 대신하는 자신과 신권(臣權)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고려 말 공민왕 시절에 반원 개혁정치를 시행하면서 권문세족을 견제하기 위해 등용된 대리인 승려 신돈은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의 전횡으로 실패했다. 조선 건국 초 이성계의 대리인으로 중용된 개국공신 정도전은 이방원의 왕권 세력를 약화시켜 신권정치를 시행하려 했지만 왕자의 난으로 실패했다. 왕의 대리인은 왕권이 약화되고 신권을 강화할 때 권한이 막강하게 되며 조선 후기 순조, 헌종, 철종의 60여 년 동안 권력을 독점한 세도정치가 극단적 사례이다.
근대 국가에서 미국에 의해 대통령제를 처음 도입한 이래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로 선출된 지도자의 대리인이 등장하게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제1공화국 시절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독재세력은 권력의 대리인으로 제2인자 이기붕 국회의장을 부통령으로 당선시켜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도록 3·15부정선거를 저질러 제1공화국이 붕괴됐다. 제3공화국 시절 군부 독재 박정희 정부의 대리인 김종필 총리도 철저한 견제와 배척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의 대리인은 정당이나 정파의 대립과 반목으로 정치가 협상과 타협을 발휘하지 못하고 권력자의 정략적 지원이 강할 때 권한이 커진다. 특히 대리인의 권한은 권력자의 힘을 빌려 막강한 공천재량권으로 지역주민과 예비출마자는 무시하고 지역 비전과 공약, 그리고 후보 간 경쟁도 없이 지역구와 무관한 인사들을 소위 전략공천으로 당선을 보장하거나 민주항쟁에 의한 민주화를 폄하하듯이 이분법적 대결로 갈라치기 공천을 하게 된다. 그러나 대리인은 사천(私薦)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공천 갈등으로 국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상실하고 권력 다툼의 조짐을 드러내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치명적인 몰락을 한다. 이것은 대리인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권력자로부터 부여받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대리인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권력의 대리인이 아니라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국민의 진정한 대리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