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진년(甲辰年) 봄의 단상 / 퇴허자 |
| 2024년 02월 07일(수)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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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일 이곳 제주에도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르는 새해 아침 붉은 태양을 보기 위해 수많은 차량행렬이 줄지어 장관을 이루었다. 사람이 새 희망과 새 꿈을 갖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 욕구(欲求)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크게 나무랄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盲信)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서(情緖)는 아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 꼭 만나야 할 여의주(如意珠)는 무엇일까? 나는 이를 한마디로 ‘신념(信念)이나 소신(所信)’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자신이 나아갈 인생의 방향이요 목표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가령 기차나 비행기가 방향을 잃었거나 바다를 항해하는 무역선이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 기차나 비행기, 무역선은 어찌 될 것인가? 우리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반드시 지향(指向)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필자는 소시(少時)적 여수에서 국술원 궁중무술(合氣道) 사범관장(공인7단)을 지냈는데 이른 새벽마다 조깅으로 자산공원 언덕을 올라가 오동도 바다위에서 떠오르는 아침태양을 바라보며 “인생이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보람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합기도보다 더 심오한 도(道)가 있다면 한 번 도전하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일까?” 이러한 화두(話頭)를 들고 전전긍긍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여수의 흥국사(興國寺) 원통전을 찾아가 하루 3천배씩 100일 동안을 정진한 것이 인연이 돼 결국 입산수도(入山修道)의 길을 걷게 됐다. 그후 선방(禪房)을 전전하다가 송광사 천자암(天子庵) 활안(活眼)큰스님을 만나 삭발염의하고 출가사문(出家沙門)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무상(無常)해서 어느덧 5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입산수행의 길을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選擇)이었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궁사(弓師)가 과녁에 명중을 시켰다라고나 할까. 그 기쁨과 희열은 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없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은 사람마다 누구나 한 번쯤 심각한 번뇌를 체험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입산출가로 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다겁생래(多劫生來)의 불연(佛緣)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칠대적선지가(七代積善之家 : 7대에 선한 일로 복을 쌓은 가문)에서 한 자식이 입산출가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해내려 오고 있다. 참으로 희유한 인연공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인생은 각자 나름대로 뭔가 매일 선택적 요구를 받고 있다. 곧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선택의 연장이다. 따라서 선택(選擇)은 지혜와 용기의 산물이다.
어떤 이는 필자에게 “스님은 외롭지 않으세요? 왜 출가를 하셨어요?”라고 더러 묻는다. 필자는 그때마다 씨익 웃고 말지만 자꾸 재촉하면 “우리 사바세계 만생만물(萬生萬物)은 본래 유아독존이다. 짝을 지어 윤회를 하다가 성숙되면 반드시 나 홀로 존재가 된다. 그것이 바로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이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한 티끌 속에 많은 세계가 존재함)이라 한다. 불교에 ‘불이(不二)의 묘도(妙道)’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우주만법은 둘이 아닌 묘한 이치’라는 뜻인데 아무리 많은 열매도 ‘씨알 하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진리이다”라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