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민심과 4·10 총선 / 박준수 |
| 2024년 02월 07일(수)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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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은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잠길 것 같다. 4·10 총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우리 호남에 어떤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하는 화두가 놓여진 까닭이다.
필자는 지난 6일 광주에서 유일하게 시골장의 풍속을 잇고 있는 비아장에 가보았다. 거기서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다. 전통시장은 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단순히 물건만 팔고 사는 게 아니라 흥정과 정담이 오가는 허물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60대 주부 임모씨는 “모처럼 장을 보러 왔는데 과일 등 차례용품 가격이 너무 올라서 생각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다”고 고물가를 걱정했다.
보리쌀, 찹쌀, 메주콩 등 잡곡을 파는 곡물가게 할머니는 “오늘 겨우 2만 원 어치 팔았다”며 “단골 노인들 돌아가시고 젊은이들은 마트로 가버리니 시들해질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정치인들에게 할 말이 많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로 헐뜯지 말고 안정된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 해도 너무 심해.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타협했으면 싶어”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충고했다.
여기에 서민들의 민도(民度)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살림살이는 팍팍하고 정치는 맹탕이니 절로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한숨 소리가 커지는 데에는 광주경제가 갈수록 쪼그라 드는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2022년 말 기준)에 의하면 1인당 지역소득이 3천90만원으로 대구 다음으로 낮고, 지역총생산(GRDP)도 45조원으로 대전(50조)보다 적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다른 도시와 달리 보건·사회복지, 부동산업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급기야 지역총생산 전국 비중이 2020년 2.2%에서 2021년 2.1%로 축소됐다. 게다가 지난해 인구 순유출율(-0.6%)이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매번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장밋빛 공약을 쏟아냈는데도 우리의 처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정치가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살림살이를 개선시킨다는 말이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들로부터 정치무용론, 선거무용론이 나오기 전에 정치인들 스스로 정치효능감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제도와 정치문화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낙연, 이준석 등 제3세력의 등장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사인 이유이다. 그들이 얼마 만큼의 정치 지형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내는 데는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선거 캠페인의 패러다임이 창출되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크다.
그래서 당내 경선과정에서부터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선거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응답자의 심리나 행태, 설문문구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 간의 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여론조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갤럽도 “여론조사는 선거결과의 예측이 아닌 단순한 스냅사진이다.”라고 말 한 바 있다.
따라서 각 당에서 다원적인 공천룰과 평가시스템을 개발해 국민의 선택 기준에 부합하도록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아무튼 선거에서 갑(甲)은 유권자이다. 그러나 선택은 순간이고 유효기간은 4년이어서 내가 뽑은 후보가 얼마나 기대에 부응해 줄 지 딜레마이다.
이번 설 명절은 유권자들이 일꾼을 제대로 골라 4년간 주인으로서 행세를 할 수 있는 신중한 탐색의 시간이 돼야 한다. 이번 만큼은 뽑고나서 후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