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4년만에 개방된 애환의 섬 소록도의 봄

2024년 02월 12일(월) 19:51

코로나19 발생 이후 4년 만에 고흥 소록도가 일반인에게 개방돼 설 연휴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록도 중앙공원, 한센병 박물관까지 모두 문을 열었다.

일제 강점기 조성된 중앙공원에는 종려나무·편백·차나무·능수·매화나무·등나무 등 500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환우들의 피와 땀, 눈물이 서려 슬프지만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구라탑 등 기념물도 보인다. 특히, 숭고한 희생정신의 상징으로 일평생을 헌신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봉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개관한 한센병 박물관에는 주민들의 유품과 삶을 담은 영상,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끔찍한 강제수용시설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고, 한센인의 한과 고통을 떠올리며 애도하는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고흥반도를 넘어 다리 하나를 건너면 만나는 “소록도(小鹿島)”는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대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지만 인근에는 빼어난 자연 풍광과 관광 자원 등으로 둘러볼 명소도 적지 않다. 거금도 적대봉·연홍도·거금대교·녹동 바다정원·고흥우주천문과학관·마리안느와 마가렛 나눔연수원 등이 대표적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30만명이 들르곤 했다.

기나긴 겨울의 흔적이 차츰 옅어져 가고 매화나무 끝에 꽃망울이 맺혔다. 소록대교는 섬 안으로 찾아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섬 밖으로 주민들의 왕래가 활발해져 세상과의 소통 창구로 생기가 넘친다.

소록도에 가면 수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때 한센인 6천명이 살았지만 현재는 병을 극복한 360여명이 섬을 지키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지켜본 바다는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을 위로한다. 가슴 아픈 사연이 서린 애환의 섬이 역사를 되새기는 치유의 공간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소록도의 봄이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