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축소도시 전략 시급하다 / 이용연 |
| 2024년 02월 12일(월)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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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초자치단체 중 89개 지역을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인구감소의 여파가 농촌지역 에서부터 지방소멸을 촉진하지만 나중에는 도시지역까지 확산해 중소도시의 소멸과 대도시의 쇠퇴로 이어지는 축소도시시대를 마주할 것이다.
1970년대부터 독일 등 탈산업도시에서 제기된 축소도시 문제가 앨런 말라흐가 ‘축소도시shrinking city’에서 21세기 세계적 도시현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축소되는 인구, 축소되는 도시, 축소되는 파이’의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산업화의 중심축으로 성장 기계로 여겨져 왔다. 성장과 진화, 진보는 곧 도시였고, 도시는 경제발전의 엔진이요. 정치의 심장이며 문화의 꽃이었다. 그러나 도시 주변부의 쇠퇴 소멸이 결국 중심 도시까지 확산하고 있다. 앨런 말라흐는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서독의 도시들이 일찍이 인구의 정점을 찍었고, 2000년대 서유럽 전체는 물론, 동유럽과 미국의 도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일본과 한국, 중국까지도 ‘폐허 포르노 ruin porn’라 불리는 축소도시 현상이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제 축소도시는 개별도시의 특수현상이 아니라, 지구촌 도시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050년이면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축소도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에서도 2002년부터 2019년까지 85개 도시 중 31곳에서 인구가 줄어들었고, 그중 절반에서는 10% 이상 인구가 감소했다. 수도권 주변 도시 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지만, 부산을 비롯한 대구, 울산, 대전, 광주 등 지방 광역시급 대도시까지도 축소도시를 마주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 150만 대도시를 바라보았던 광주는 해마다 1만명 가량 인구가 줄어들어, 2023년 말 기준 141만9천명에서 30년 후인 2050년께에는 인구 100만 정도의 도시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소멸까지 우려되는 이 추세가 광주에서만 나아지고 역전될 가능성은 없다. 더 늦기 전에 광주도 성장물량주도 중심의 도시관리에서 벗어나, 인구감소와 도시축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축소도시’ 관리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 축소도시 관리전략은 인구감소시대에 대응해 과잉 공급된 도시기반 인프라와 잉여자원으로 남아 방치된 빈집, 빈상가, 노후된 도시시설을 축소하거나 재배치해 도시공간의 효율성과 도시의 창조력을 지속가능하게 재정비하는 전략이다.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시행한 대량의 철거식 재개발, 녹지와 농지를 점령해 가는 대규모 택지개발 등 여전히 지으면 팔린다는 물량 밀어내기식 공급 방식은 낮은 분양률과 공실 증가로 도시경제를 뒤흔들고 재정적 위기을 초래하므로, 이 위험을 줄이고 위기를 미리 준비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도시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엄밀한 수요예측 관리로 적정규모의 주택과 인프라 시설을 조절·공급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광주와 미래 세대를 위한 당연한 의무이며 시급한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