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다운 봄을 기다리며 / 정용기 |
| 2024년 02월 13일(화)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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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농촌생활에 대한 기억들은 가물가물하지만, 흙이나 두엄냄새가 좋아 어렴풋한 추억여행을 겸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생활에 용기를 내 본 것이다. 힘들기는 했어도 대가족이 모여 지낸 훈훈하고 정겨운 어릴적 시골생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즐겨보는지도 모른다. 주로 화초농원에서 노닐었던 어릴적 기억으로 인해 꽃 가꾸기에 더 관심이 많지만, 이왕에 새로 시작하는 농사일에 채소 등의 푸성귀 재배도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소 서툴어도 나름 정성을 다해 초보 농사에 주력했다.
그저 따라 했을 뿐 주도적으로 농사일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이웃 선배 농부들의 조언이나 경험을 청해 듣고 따라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도심 속 아파트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이웃과의 친화나 동화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형님동생하는 이웃들도 생기게 되었다. 텃밭 구석구석에 심어놓은 철따라 피는 예쁜 꽃과 나무들을 보려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들르는 경우도 많아 심심치는 않다. 올해는 텃밭 주변 도로변에까지 꽃나무들을 옮겨심을 작정이다.
선배 농부들은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겨울 농한기에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봄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지 그저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란다. 그동안 수많은 봄을 지나쳐왔지만 앞으로 맞이할 봄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봄이 될 것이다. 한 해 동안 텃밭 구석구석을 채워나갈 작물들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파종할 채소나 화초들의 재배방법이나 요령을 다시 정리해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요즘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인터넷 매체와 각종 블로그를 통해서도 다양한 농사정보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필요한 씨앗이나 농기구, 비료 등까지도 요즘엔 대부분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손쉽고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가끔은 사람의 정을 느끼고 만들어가기 위해 일부러라도 가까운 원예사나 농자재판매소를 들러보기도 한다.
농부들이 다가오는 새봄에 대해 갖는 기대가 사뭇 남다름을 느낀다. 지난해 봄 개화기의 냉해와 잦은 비로 인해 과실들에 피해를 입고 작물들을 새로 심어야 했던 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의 잦은 이상기후로 인해 나타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농부들에겐 그래서 더욱 봄다운 봄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기후변화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새봄에는 정치, 경제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상황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 외환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얼어붙은 경기나 물가상승 정국이 농업인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이런 어려움들도 정치, 행정 측면에서 어루만져 줄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지만, 마을 곳곳에 나붙어 있는 선거 홍보물 어디에서도 민초들이 관심 가질만한 내용이나 문구는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다. 새봄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농부들이 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닮은 참신한 사람들이 많이 뽑혔으면 한다. 그래서 들판이나 정치경제판에서도 정말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