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외부 대피보다 상황 파악이 우선 / 송민영

2024년 02월 14일(수) 19:59

송민영 광주동부소방서장

소방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최근 5년간 아파트 화재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화재 발생 건수는 3만8천85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으나, 아파트 화재는 2천993건으로 전년 대비 8.5%(2천759건)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전체 화재 중 약 7.7%를 차지하는 아파트 화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의 아파트 화재는 연 평균 약 2천800여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재산 피해는 약 577억원에 달한다.

공동 거주공간이 많은 우리나라는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위험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별한 예방과 화재 발생 시 안전한 대피 및 대응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파트 화재 피난 행동 요령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자기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우선 집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외부 대피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대피 요령을 주지하고 있어야 한다.

외부로 대피가 가능한 경우엔 반드시 현관 출입문을 닫은 상태로 나와야 하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 낮은 자세로 지상층,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또한 대피 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화재 비상벨을 누르고 화재진압과 안전한 구조를 위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외부 대피가 어려울 경우엔 대피공간, 경량 칸막이, 하향식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별도의 대피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화염·연기로부터 멀리 피해 문을 닫은 후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아야 한다.

둘째, 이웃집에 화재가 발생했을땐 자신의 집으로 화염·연기가 들어오지 않은 경우와 들어오는 경우로 나눠 각각 피난 대응방법에 맞춰 대처해야 한다.

이웃집 화재로 인해 자신의 집에 화염·연기가 들어오지 않은 경우에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세대 내에서 대기한 후 화재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또한 대기하는 동안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고 119에 신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화염·연기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복도나 계단으로 대피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앞서 설명한 자기집 화재 시 행동요령과 동일한 방법으로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공포감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로의 대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아파트 화재 중 약 90.1%(1만2천718건)은 세대 전체, 다른 층 및 다른 세대로 확대되지 않은 발화지점만 연소된 화재였으며,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화재임에도 다른층에서 외부로 대피하다 발생한 인명피해가 아파트 화재 전체 인명피해의 15.8%(143명)나 된다. 즉, 화재 발생시 유형에 맞게 대처했다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 시경(詩經)에 나오는 명철보신(明哲保身)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치에 밝고 분별력이 있어 적절한 행동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뜻으로, 아파트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외부로의 대피가 아닌 화재 유형에 맞는 피난행동요령지침에 따라 분별력 있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