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중간 수사로 드러난 검은 거래 실상

2024년 02월 15일(목) 19:37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한 ‘사건 브로커’ 중간수사 결과가 나왔다. 부정한 돈을 이용해 검찰 및 경찰에 수사 무마와 인사 청탁을 한 혐의가 포착된지 6개월여 만이다. 그리고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공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청렴 의무를 찾아볼 수 없다.

수사는 지난해 8월 가상자산 투자사기범 탁모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 명목의 금품 1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성모씨 등 2명을 구속한 검찰이 같은 해 10월부터 서울·광주·전남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화됐다. 전·현직 경찰·검찰 관계자 등 모두 18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 10명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기소했다. 수사 무마 비위 연루자는 7명, 인사 청탁은 12명이다. 전남지방청장을 지낸 한 치안감은 입건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경기도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최고위직까지 기소된 사건의 파장이 적지 않다. 수사·인사 청탁 고리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중간 발표를 한 검찰은 성씨와 관련된 기타 의혹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관급공사 불법 수주 계약 비위, 정치권 인사 연루설이 그것이다.

터질 게 터졌다고 하나 충격적인 수준이다. 평소 수십 명의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골프 접대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던 브로커가 현직 총경, 치안감을 ‘형님’으로 부르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영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들만의 은밀하고 부당한 거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매관매직(賣官賣職)’에 다름 아니다.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 기밀을 넘겨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 광주·전남 지역사회를 넘어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중대 사안이다.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가 불거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검찰은 18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일단락하면서도 추가 수사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도 한 치의 의혹 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