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야기 / 주홍
2024년 02월 15일(목) 19:37
주홍 치유예술가
“애들아, 복도에 왜 침을 뱉어?”

욕으로 말을 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을 비웃듯이 더 침을 뱉고 다녔다. 선생님은 방법을 바꿔 밀걸레를 들고 종일 바닥을 닦는 행동으로 지도했다. 학생들은 밀걸레 바로 앞에 침을 뱉으며 그 가르침이 소용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부모도, 학교에서도 모두가 학생을 포기한 실업계고등학교에 1992년 부임한 젊은 박주정 선생님은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어서 사표를 냈다. 열 평 남짓한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던 가난한 가장이었던 박주정 선생님은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고 직업이 필요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다시 임용고시를 보고 발령을 받았는데 운명처럼 또 그 학교에 부임하게 된다. 이제부턴 가르치지 않기로 작정하고 학생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밀걸레로 학생들의 침을 닦지도 않았고 수업시간에도 칠판만 보고 수업하고 나왔다. 그렇게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적응하기로 했다.

그러던 1993년 어느 날, 8명의 학생이 아파트 문을 두드리며 선생님 집을 찾아왔다. 밥만 먹여서 보내려고 했는데 자고 가겠다면서 눌러앉은 학생들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작은 방 하나에 좁은 거실, 화장실도 하나인 아파트에서 함께 먹고 자며 기출문제를 외워서 기말고사를 봤다. 그 방에서 전교 1등부터 7등까지가 나온 것이다. 학생들은 인생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꼈다. 변화가 일어났다.

“선생님, 우리들은 새사람이 됐응께. 이제 오토바이를 훔친 녀석들을 선생님 집에서 새사람 만들믄 되것네요.” 경찰서에 드나들며 말썽을 피우는 친구들 8명과 교체됐고, 학생들 스스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릴레이로 박주정 선생님 집에서 8명씩이 살게 됐다. 학생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선생님은 학생들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았다. 이렇게 시작된 학생들과의 동거는 오해도 많았고 파란만장했다. 집이 너무 좁아서 근교의 농장 창고를 얻어 이사했고, 10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707명의 학생들과 집에서 동고동락하게 된 박주정 선생님은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학사가 됐다. 2004년 광주시교육청에 학교부적응 학생 대안교육 시설 ‘금란교실’을 개설했지만 단기 교육이라는 어려움이 있었다. 2008년 장기 위탁 대안학교인 용연학교를 설립했다. 용연학교의 성공은 학교부적응 고등학생의 장기 위탁대안학교 ‘돈보스코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박주정 선생님은 국내 유일의 24시간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창설하고 초대 단장을 맡았다. 폭력과 자살 등의 위기에 처한 학생이 부르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가서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부르미’ 시스템으로 여러 기관과 협력해 위기 청소년들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문제를 해결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달려가는 교육장, 학생들의 형이 되고 아버지가 되어 준 박주정 선생님. 이 참된 선생님의 이야기가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이라는 박주정 선생님의 책이 나왔고, 세바시 강연에서 관객들을 울렸다. 참된 선생님의 이 이야기는 이제 넷플릭스에서 영화제작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K-팝, K-무비, K-교육. 이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박주정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에게 이유 없이 주판으로 얼굴을 맞아 피범벅이 되고 주판알들이 얼굴에 박혀 울면서 집으로 귀가한 소년이었다. 그 아버지는 피범벅이 된 어린 아들을 보고 학교에 항의하러 가셨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 후 8남매가 홀어머니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만 했다. 학교 선생님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원망과 상처가 있었고 폭력을 당한 당사자였다. 선생님을 향한 분노가 어떻게 끝없는 제자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되었을까! 운명처럼 선생님의 길을 가게 된 박주정 선생님은 현재 진남중학교 교장 선생님이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가르치려 하지 않고 먼저 귀 기울이고 사랑의 돌봄을 기본으로 실천하신 박주정 선생님, 선생님의 정년 그 이후의 삶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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