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과 노사 상생 / 이병철 |
| 2024년 02월 18일(일)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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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확대 적용에 앞서 그동안 소규모 사업장의 법 적용 유예 기간 연장을 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장들의 전반적인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간의 법 적용 유예 연장을 요청했으며, 정부와 여당 또한 경영계의 요청을 수용,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유예 기간 연장과 함께 산업안전 강화 관련 대안을 마련해 왔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은 사고 발생 비중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의 법 적용 유예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야당 또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 선결 조건을 제시하며 유예 기간 연장에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 정부의 법령 개정 시도는 무위에 그치게 됐다.
전면적인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경영계 자체 설문 결과, 소규모 사업장 94%가 법령상 의무 이행을 위한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로라면 안전 관리 비용 증가, 사업주 처벌로 인한 폐업 위기 등 소규모 업장의 사업주들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세기업일수록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열악한 재정 여건, 관리 인력 부족 등 법령 준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최근 3년간 전남도내 산업재해 사망자 129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80%(104명)에 달하며 법 확대 적용 닷새 만에 영세사업장 2곳에서 연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경영계의 우려가 근거 없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이미 시행됐다. 성실 경영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인식과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실상 중대재해처벌법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기 보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개별법상 의무 준수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사업주들은 막연한 두려움은 떨쳐내고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령상 의무가 무엇인지 꼼꼼히 파악하고 미흡한 사안은 적극 보완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재해 예방 핵심 시책인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숨겨진 위험요인을 도출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종사자들의 안전 문화 인식 제고를 위한 안전교육, 보호구 제공, 건강검진, 노사 협의체 운영 등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소간의 비용이 들겠지만 예방적 노력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고 재해 발생 시 소요되는 막대한 재화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종사자들 또한 안전 문화 확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사업주가 건재해야 든든한 일터도 존재할 것이다. 부주의로 인한 끼임, 추락 등 후진국형 재해 방지를 위해 안전 절차를 준수하고 구조적 문제는 사업주에게 알려 예방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 확대, 안전관리 컨설팅 운영, 관리·종사자 의무 교육 제공, 무료 법률 자문 등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이번 법 확대 적용이 주는 현장의 혼선과 우려를 빠르게 수습하고 제도를 원활히 정착시켜야 한다. 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산업안전 강화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차, 이번 소규모 사업장 확대 적용이 미치는 변화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산업 선진국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사업주와 종사자 중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노사 간 상생과 공존을 위해 모두의 노력과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