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원 군수의 ‘반값 강진 여행’을 주목하는 이유 / 이정록 |
| 2024년 02월 19일(월)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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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내용은 이렇다. 예를 들어 강진에서 여행비용으로 10만원을 썼다면 5만원을, 30만원을 썼다면 15만원을 되돌려 준다. 돌려주는 최대 한도는 20만원까지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아무한테나 주지 않는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사전에 신청한 관광객에게만 준다. 강진에 있는 3개 관광지를 방문하고 인증 사진도 남겨야 한다. 돈은 현금이 아닌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준다. 강진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에 전국적 이목이 집중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파격적인 페이백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전국 어떤 지자체도 20만원이라는 거액의 여행경비를 방문 관광객에게 되돌려준 사례가 없다. 그런데 가난한 강진군이 모험을 감행했다. 강진군은 지역내총부가가치 산출액(2021년) 기준으로 전국 82개 군 중에서 66위다. 경제력으로 치면 최하위층에 속한다. 그런 강진군이 파격적인 페이백을 시도하니 전국적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목을 끄는 두 번째 이유는 ‘반값 여행’이 만들 실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는 100억원이 투입된다. 전액 군비다. 강진군의 옹색한 살림살이를 고려할 때 절대로 적지 않은 돈이다. 때문에 강진과 비슷한 다른 지자체들이 감행을 주저한다. 그러나 강진군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주니 강진 내에서 재소비 될 수밖에 없다. 사업의 실증적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사업의 실증이 확인되면 다른 지자체들도 내년에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필자가 이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강진군이 일관되게 지속하는 ‘생활인구’ 유인 정책 때문이다. 지방소멸 대응에 골몰하는 인구감소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차용하는 생활인구 유인책을 강진군은 진즉 추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를 열어젖힌 장본인이 바로 강 군수다.
강 군수는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남도청에서 여러 보직을 거쳤다. 50세에 철밥통 공무원을 때려치우고 2010년 강진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년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강진군수가 됐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해 내놓은 것이 체류형 농촌관광상품인 ‘강진 푸소(FUSO)’다. 생활 인구 유인으로 지역 활력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강진 푸소’는 일본에서 배워 왔다. 강진은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발간 이후 남도답사 1번지라는 닉네임을 가졌다.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 하지만 숙박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관광객 수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민선 6기 군정을 맡은 강 군수는 농촌 민박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외지 인구를 끌어들여 지역활성화를 꾀한 일본 오이타현 우사시의 아지무마치(安心院町)를 벤치마킹해 적용했다.
강진군은 2015년 ‘강진 푸소’라는 이름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농촌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후 일반인과 공무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참가자도 2015년 1천931명에서 2023년 8천309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강 군수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행스럽게도 후임 군수는 강진 푸소를 지속시켰다. ‘강진 푸소’는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인구감소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반값 강진 여행’은 ‘강진 푸소’에 뿌리를 둔 생활인구 유인정책이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 정책의 경우 최소 10년 정도 회임 기간이 걸린다. 그런데 강진 푸소는 10년이 채 안 돼 성과가 나타났다. 2022년에 군정을 다시 맡은 강 군수가 푸소 성과에 자신을 얻어 만든 후속 작품이 이 사업이다. 때문에 사업성과를 예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실제로 2월16일까지 2천262건이 접수됐고, 참가인원도 6천610명으로 집계됐다. 덕분에 강진을 방문한 관광객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더블로 늘었다고 한다.
작금의 전국 농촌지역은 지방소멸 위기에 처했다. 정주인구를 늘리는 일은 ‘백약이 무효’가 됐다. 그래 대부분 지자체가 정주인구 대신 관광객 등 생활인구를 지역으로 견인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강 군수가 시도하는 ‘반값 강진 여행’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