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떠난 전공의들,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

2024년 02월 20일(화) 19:54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등에 근무하는 광주·전남 500여명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 70% 이상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다. 광주기독병원과 순천성가롤로병원 전공의들도 합류했다. 전국적인 사안이긴 하나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 지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들은 단계별 비상진료 대책을 수립했다. 전남대·조선대병원은 전문의와 진료보조(PA) 간호사 투입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2020년 8월 파업과도 비교가 어렵다.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을 결의했다. 전남대와 조선대도 90% 이상 찬성했다.

당장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예정된 수술이 연기되지 않을까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특히 중증 응급환자들이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대체인력이 제한적인 만큼 2-3주 더 이어진다면 현장의 피로도가 누적될게 뻔하다.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 병원들도 정기 수술을 취소하고, 중증을 제외한 일반 환자를 퇴원 조치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도 중증 환자만 받는 등 사실상 올스톱된다.

필수·공공·지역 의료체계가 무너진지 오래다. 당직 의사가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산부인과를 찾아 이동 중에 구급차에서 출산을 하거나, 아픈 아이를 달래가며 소아과가 문을 열기 전 새벽부터 장시간 대기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전체적으로 의사가 부족하고, 있어야 할 곳에 의사가 없어 빚어진 현상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정면 대치가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압박하지 말아야 하고, 의료계는 고립을 자초해선 안 된다.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고 상시 소통하면서 의료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어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 안팎의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