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난장]웃음이 주는 생의 미학 / 이현 |
| 2024년 02월 22일(목) 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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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이에요?”
반짝반짝 빛나는 6개월 손녀, 햇살이의 웃음은 수리수리 마법 같다. 이리 오세요, 나를 좀 봐주세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쳐 말하지 않아도 어느새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들.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도 뒤돌아보며 방긋 미소를 보낸다. “아이고, 예뻐라.” “어쩜 이렇게 잘 웃어요?” “태명이 햇살이라고요?” “아이를 돌보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어깨에 무릎까지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훨씬 더 커서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럼요, 그럼요!”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속마음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눈다. “까르르!” 햇살이의 웃음 따라 너도 나도 “까르르르!”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기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햇살처럼 따사롭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고 고통의 조절 능력을 강화하며 몸 안의 면역력도 높여준다는 웃음은 다양한 치료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온몸으로 실컷, 웃음을 쏟아 낸 후 자리에 앉아 고요히 눈을 감고 방금 전 소리 내어 웃었던 웃음을 내 안으로 온전히 느끼며 내면의 에너지를 강화하는 웃음명상에 10초 이상 큰소리로 신나게 웃는 웃음운동도 웃음을 통한 몸과 마음 건강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눈물도 마찬가지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눈물이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며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 입증되고 있다. 재학 중인 의대생을 대상으로 ‘분노와 죽음’의 관계를 연구한 연구진에 따르면 25년이 지나 학생들이 50대가 됐을 때 사망률을 조사해 본 결과 ‘적대감이 높았던 그룹’이 ‘낮았던 그룹’보다 7배 이상이나 높은 사망률을 보였고 심장 질환을 보인 대상자도 5배나 많았다고 한다. 성인들의 우는 행동을 연구한 마거릿 크르포 박사 또한 “자주 울고 눈물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더 건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영국의 우울증 환자가 줄었었다는 말도 있다.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일생과 사고 현장이 방송되고 그녀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에 마음이 아픈 영국인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흘린 눈물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으니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됐다는 말이다.
이제 또 봄이다.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듯,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났으면 좋겠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만큼, 할 수 없는 것들과는 안녕. 할 수 있는 것들에 힘써 행하며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씀과 집착을 버리고, 내 마음, 내 생각, 내 안으로 돌아와 나를 위한 푸르름이 됐으면 좋겠다. 화나고 억울하고 슬프고 짜증 나는 날에는 남들이 보든 말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참지 말고 울어 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들은 삼키면 삼킬수록 부풀어 올라 내 안의 기운들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만큼, 꾹꾹 참으며 삼키지 말고 쏟아 내 보자. 하루에 몇 번씩 소리 내어 하하하, 웃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은 물론 두통, 불면증, 소화장애, 우울증 예방에도 좋다니, 수리수리 얍! 웃을 일도 만들어 웃어보자. 서로를 향해 햇살처럼 방긋, 따사로운 봄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