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의 멋과 흥 가야금 산조 여행 / 윤은상

2024년 02월 28일(수) 19:01

윤은상 前 광주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우리 전통 음악에는 민족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은 외길을 걸으며 고집스럽게 우리 고유예술을 보존하고, 발전해 왔던 명인들에 의해 이어오고 있다. 가야금 산조는 남도를 중심으로 시작해 충청도와 경기 남부로 전수됐고, 월북예술인인 안기옥과 정남희, 최옥산에 의해 북한에서 꽃을 피우게 됐다.

필자는 2023년 가을의 끝자락에 나주시에서 주관하는 예술역사탐방 산조 여행에 산조 음악을 꽃피운 명인들의 예적지에서 자랑스러운 산조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첫 날은 가야금 역사상 최고였다는 찬사가 전설처럼 구전되고 있는 안기옥의 예적지 남평을 방문했다. 안기옥은 가야금 산조의 중시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인이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월북 음악가’이다.

둘째 날은 정남희가 살았던 나주지역 다시를 방문했다. 다시는 나주 안에서도 내로라하는 곡창지역으로 풍요로운 고을이었다. 경제적인 여유로움에서 풍류 문화가 발달해 예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정남희는 그런 환경 속에서 음악적인 재능을 발휘한 후, 나주를 떠나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가야금의 명인이다.

셋째 날은 화순 동복 ‘오판기 풍류방’을 찾게 됐다. 한숙구는 해남 출신으로 가야금 산조의 1세대로서 가야금외에도 대금, 양금 등 다양한 악기를 다뤘던 만능 연주자이자, 남도를 상징하는 위대한 기악 독주 음악 산조의 창시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처럼 필자는 전문가들의 해설과 명인들의 수준 높은 연주를 들으며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산조는 그 뜻이 ‘허튼 가락’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다양한 조로 짜여진 우리 민족 기악 음악이다. 예로부터 전라도를 비롯해 충청도와 경기도 남부지역은 무속음악과 관련이 있는 시나위와 봉장취 같은 기악곡이 많이 연주된다. 여기에 판소리 가락을 도입해 독주 악기 연주곡으로 발전시킨 것이 산조이다.

시나위가 무속음악에 기반을 두고 즉흥성이 강한 기악 합주 음악이라면, 산조는 남도의 판소리와 시나위 가락에 기반을 두고 일정한 형식미를 갖춰 정형화된 기악 독주 음악이다.

산조는 본래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장구 반주를 곁들어 연주하는데 다른 악기와 화음이나 협력 없이 하나의 선율로 이뤄지는 가락을 죄었다 풀었다 하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각각 악기 마다의 독특한 멋을 잘 정제해 드러낸다.

오늘날 많이 연주되고 있는 것으로는 가야금 산조와 거문고 산조를 비롯해 대금 산조, 해금 산조, 아쟁 산조, 피리 산조 등이 있다. 여러 악기가 한데 어울려 연주하는 산조 합주나 산조 병주도 만들어져 연주되기도 한다.

가야금 산조는 김창조 명인이 창조됐고, 거문고 산조는 백낙준 명인, 대금 산조는 박종기 명인, 해금 산조는 지용구 명인이 처음 만들었다. 아쟁 산조는 8·15 광복 후에 한일섭 명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은 판소리 장단을 기본으로 가장 느린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해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 점차 빠른 장단으로 감정을 고조시켜 간다. 그 구성은 악기와 유파에 따라 엇모리, 굿거리, 단모리 등을 삽입하기도 해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산조 음악의 가치는 악기마다 독특한 자신의 빛을 발휘, 그 멋과 흥을 마음껏 뽐내게 해 우리 전통 음악의 지평을 확장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