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산수화 전통의 脈…한국 근·현대미술사 흐름 조망 ‘임전 허문 초대전과 운림산방 5대전’…오는 27일부터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국내 최초 운림산방 5대 작가 7명 작품 ‘한자리’ 최명진 기자

2024년 03월 11일(월) 19:44

소치 허련作 ‘추경산수도’

미산 허형作 ‘운중석양’

남농 허건作 ‘금강산 보덕굴’

임전 허문作 ‘산운’

허진作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0-2’

조선 말기 선대부터 현재까지 운림산방 미술 화맥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소치 허련이라는 한 화가를 기점으로 5대손까지 200여 년의 화업을 이어오는 건 세계미술사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한 기능이나 기술 전수로 이어지는 전통공예가 아닌 순수한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순수예술 분야에서 대물림한다는 것은 희귀하고 귀중한 일이다.

직계 화맥 5대에 걸쳐 모두 한국미술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운림산방 5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시가 오는 27일부터 4월8일까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펼쳐진다. 현재 진도 운림산방 기념관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5대의 화업을 모은 것.

박복신 인사아트프라자 회장은 “한국 남종화의 대를 잇는 운림산방 5대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공부할 기회의 장이 될 것이며, 한국 수묵화의 위상을 다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운림산방은 1대 소치 허련 선생이 그림을 그렸던 화실 이름을 뜻한다. 지금은 허씨 일가가 일군 장구한 화맥을 상징하는 당호를 뜻하기도 한다.

소치 허련을 시작으로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그리고 5대 허진와 허재 등은 조선 말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이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수묵산수 기법을 초월하는 ‘운문산수화’를 창안한 4대 ‘임전 허문 초대전’을 특별하게 구성했다.

운림산방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조형적인 해석, 즉 개별적인 형식의 완성을 목표로 해왔기 때문이다.

2층 전시장에서는 운림산방 5대에 걸친 작품 총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남화의 전통을 세운 1대 소치 허련을 비롯해 남종 문인화의 품격을 세운 2대 미산 허형, 서정적인 실경으로 신남화를 제창한 3대 남농 허건, 타고난 미적 감각의 요절한 천재화가 3대 임인 허림, 독창적 선연법의 운무산수 4대 임전 허문, 역사인식과 인간의 내면적인 욕망을 형상화한 5대 허진, 실경의 틀을 깬 5대 허재까지 5대 총 7명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성향을 만나본다.

구본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관장은 “남종산수화의 변화 과정과 한국 근대미술사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 선생을 비롯해 약 200여년 5대에 이르기까지 화업을 이어온 미술사에 유례 없는 화맥이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